세상 이야기

대한민국 하늘을 지킨다: KF-21 보라매 3호기 비행 성공

seanny boy 2023. 1. 7. 16:58

[3번이면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시제 3호기가 1월 5일에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에 처음 공개된 1호기, 11월에 공개된 2호기에 이어 3호기도 첫 비행에 성공한 것.

물론 초기 비행으로 모든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각종 작전 상황을 감안한 성능시험까지 잘 마쳐야 비로소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도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을 연달아 성공했다면? 아직도 사업 성공까지는 아득해 보이지만, 우리끼리 소박하게 자축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1차 목표: 개발 완료, 2차 목표: 실전 배치, 3차 목표: 수출, 그리고 성능개량 5세대 가즈아!! **

[길고 험난했던 KF-21의 역사]

KF-21은 세계에서 8번째로 만들어지는 초음속 전투기이자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전투기다.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1호기 기준 KF-21의 국산화율은 65% 수준(이것도 이미 기념비적인 수준이다)이며, 개발을 마무리할 때까지 그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이 끝나면 후 곧바로 양산에 돌입, 우리 공군의 새로운 주력기로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정말 긴 산고를 겪어야 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DJ 정권. 당시는 2015년까지 개발 완료가 목표였기 때문에 KF-2015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사업을 살려내고 이름을 KF-21이라고 한 게 이해가 간다, 이름을 2번 3반 다시 고치고 싶지 않았겠지…

진행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현실성(우리가 과연 개발할 수 있을까)과 실효성(더 우수한 성능의 검증된 전투기를 사는 게 낫지 않은가? 이건 비용만이 아닌 국방력의 문제)을 두고 보수와 민주,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욕만 앞선 사업이라는 반대하는 주장이 강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KF-21의 예산은 두 가지 상반된 이유로 동시에 욕을 먹어야 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무기 사업’으로 불릴 만큼 비싼 사업이었지만 ‘고작 이 돈으로 국산 전투기를 만든다고? 따져는 본 겁니까?’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적은 금액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어떻게 해도 욕먹을 것이란 소리다)

당시 모 의원은 껍데기만 국산이고 알맹이는 해외 부품으로 꽉 찬 혼종이 나오거나, 10년 이상 진행이 늦어져 전력화가 무의미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들로 그 동력이 여러 차례 훼손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결정해선 안 되는 문제들이 있다고 믿는다. 끝내 KF-21 프로젝트를 접었다면 우리 힘으로 우리 하늘을 지키겠다는 꿈도 접어야 했을 것이다. 유인기를 재끼고 곧바로 드론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던데,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드론이라고 해서 기존 기술을 아예 무시하고 백지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결국 KF-21을 개발하면서 기술들이 우리의 육해공 장비에 어떻게든 다 파급이 되는 것 아닌지. 덧셈을 모르고 곱셈부터 할 수 있는 건가?

[더 높이 더 멀리]


물론 KF-21이 성공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해진 일정 내의 성능 안정화 및 실전 배치는 만만찮은 도전이 될 것이다. 미납금을 현물(…)로 주겠다는 파트너도 계속 잘 챙겨야 하고, 해외 전투기들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후속 개발도 준비해야 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8번째 초음속기 전투기 보유국이라는 말은 듣기도 말하기에도 참 기분이 좋다. 내가 고객님인데도 을에게 농락당하는 것 같은 그 오묘한 불쾌함을 느낄 일은 없으니까,

p.s. 꼴랑 2조 원으로 누리호를 만든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악바리 정신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선진국 대비 턱도 없이 적은 예산을 개발자들이 땀과 피와 눈물로 메꾼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