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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2025, 건재한 시진핑

이번 APEC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인물은 사실 트럼프가 아닌 시진핑이었다.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와 달리, 시진핑은 여전히 ‘죽의 장막’ 뒤에 가려진 인물이다. 늘 같은 표정과 일관된 어조는 그의 속내를 더욱 짐작하기 어렵게 만든다.최근 한동안 시진핑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군부 측근들이 잇따라 조사 대상이 되거나 권력에서 배제되면서, 그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업률 급등, 부동산 침체, 내수 둔화가 겹치며 불만이 치솟고, 시진핑의 입지가 약화되었다는 주장도 뒤따랐다.의심이 시작되자 각종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시진핑이 중병을 앓고 있으며 연설이 생방송이 아닌 녹화로 대체되고 있다는 소문, 그리고 전승절 기념행사에 ..

카테고리 없음 2025.11.01

미국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법

매일같이 충격적인 미국발 뉴스가 쏟아지는 요즈음이다. 이 모든 혼란이 정말 한 개인의 변덕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 나름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후자라고 본다. 미국의 세계관을 ‘비즈니스’의 원칙, 즉 관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나름 일관된 맥락이 읽히기 때문이다. ① 비용도 크고 편익도 큰 나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이른바 ‘거래가 되는 관계’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은 반도체, 원자력, 조선, 방산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산업을 고루 갖추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부담이 되는 면도 있다. 에너지와 식량 자급이 불가능하며 내수 시장만으로는 현재 규모의 경제..

카테고리 없음 2025.10.25

손권: 리더십의 카멜레온

손권은 엄연히 삼국의 한 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자였던 조조와 유비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설에 따르면 김용이 한때 손권을 주인공으로 삼아 삼국지를 각색할 계획을 세웠다가 접었다고 하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손권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손권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은 그가 형의 기반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창업 과정의 어려움이 적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백지 위에 자신만의 색을 그릴 수 있었던 라이벌들과 달리 손권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카멜레온처럼 리더십의 형태를 바꾸어야 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주유–노숙–여몽–육손으로 이어지는 오나라 대도독의 계보.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 손권은 열여덟 살의 경험 없는 소년 가장에 불과했..

세상 이야기 2025.10.19

이 지도의 의미는 뭘까?

빨간색으로 그려진 나라들은 푸틴이 방문할 경우 그를 체포할 법적 의무가 있는 나라들이다. 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빨간색으로 그려진 나라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회원국들이다. ICC는 2002년에 설립되었으며, 2025년 현재 총 125개국이 가입해 있다. ICC는 전쟁범죄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회원국의 법정을 대신해서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단, 회원국의 법정이 기소할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에 한하며, 용의자가 회원국 국민이거나 회원국의 영토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ICC 가입을 추진했으나 이후 집권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가입을 철회했다. ICC가 미국 군인..

카테고리 없음 2025.10.18

나무위키와 싸우는 카카오톡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는 게 있다. 무언가를 퍼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을 금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자산의 저택이 찍힌 사진을 내려달라며 소송을 걸자, 오히려 그 뉴스로 사람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카카오의 홍민택 CPO(이하 ‘홍민택’으로 호칭)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 관련 글들을 내려달라고 나무위키에 요청한 것이 밝혀져 화제다. 문제가 된 글들은 ‘2025년 카카오톡 대개편 관련 논란’과 ‘카톡팝’이라고 하는데, 지금 들어가보니 항목 자체는 살아있지만 편집이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홍민택의 항의가 일부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홍민택’ 본인 사이트는 아예 삭제된 상태. ..

세상 이야기 2025.10.11

미국을 둘로 쪼개면

미국을 GDP를 기준으로 반으로 쪼갠 지도. 우리는 서울 쏠림 현상을 망국병인 것처럼 말하지만 도시 쏠림의 현상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But, 빨강은 파랑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파랑은 빨강이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 애초에 도시는 나라의 기운이 한곳에 모여 맺은 열매다. 에너지와 식량을 공급하고, 도시가 쏟아내는 쓰레기를 처리해주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지방이 없다면 도시는 존재할 수 없다. 반면 도시가 쇠퇴하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이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류의 지도는 ‘일차원적’인 자료에 불과함으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세상 이야기 2025.10.06

원배틀애프터어너더: 인생은 계속된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개성파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의 신작 ‘One Battle After Another’를 봤다.판단 미스였다.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게다가 주인공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기에 자연스레 액션 활극일 거라 착각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추석 개봉작은 가족영화’라는 나의 오래된 상식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생각해보니 극장을 채운 관객들은 대부분 연인, 외국인, 혹은 혼자 온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변했듯 극장 풍경도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그렇다고 영화에 실망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감독은 미국의 현주소를 때로는 블랙코미디 형식을 빌려 과장되게, 때로는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킬 만큼 리얼하게 묘사한다. 실소를 자아내는 과장된 연출에 잠시..

나의 이야기 2025.10.06

제갈량, 육손, 그리고 사마의 - 2인자의 운명과 선택

조조와 유비를 비롯한 1세대 리더들은 무에서 유를 일구는 과정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 끈끈한 스킨십으로 연결된 측근들, 강력한 카리스마로 업무 전반을 직접 챙기는 게 가능했다.하지만 그 후계자들은 달랐다. 황제가 직접 장부를 뒤지고 최전선에서 병사들과 함께 뒹구는 건 위험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결과 규모가 크고 오래된 조직일수록 권위와 권력을 분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국지』도 후반부가 되면 황제들이 아니라 그들을 대신해 조직을 이끌었던 2인자들이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촉나라의 ‘제갈량’, 오나라의 ‘육손’, 위나라의 ‘사마의’가 그들이다.다음은 세 사람이 각각 권력의 절정에 올랐을 때 누렸던 관직들이다.제갈량은 ‘승상’인 동시에 ‘녹상서사’였다.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와 대..

세상 이야기 2025.10.06

지속가능한 우주개발... 누리호를 넘어

NASA가 블루오리진과 4조 원 규모의 달 착륙선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아르테미스 미션의 착륙시스템 사업 (HLS: Human Landing System)은 앞서 2021년에 선정된 스페이스X의 Starship과 블루오리진의 Blue Moon이 공존 & 경쟁하는 체제가 되었다. 진행 중인 사업들이 하나같이 지연되어 다소 침체된 느낌이었던 블루오리진에게 설욕전을 위한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잠잠했던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의 설전도 다시 불이 붙길 슬며시 기대해 본다) 2년 전의 패배 이후 블루오리진은 절치부심 설욕의 기회를 기다려왔다. Starship 대비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재사용’ 기능이 추가된 것도 그중 하나. 이제 Blue Moon은 달 궤도를 돌다가 필요할 때마다 달 표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