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66

지속가능한 우주개발... 누리호를 넘어

NASA가 블루오리진과 4조 원 규모의 달 착륙선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아르테미스 미션의 착륙시스템 사업 (HLS: Human Landing System)은 앞서 2021년에 선정된 스페이스X의 Starship과 블루오리진의 Blue Moon이 공존 & 경쟁하는 체제가 되었다. 진행 중인 사업들이 하나같이 지연되어 다소 침체된 느낌이었던 블루오리진에게 설욕전을 위한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잠잠했던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의 설전도 다시 불이 붙길 슬며시 기대해 본다) 2년 전의 패배 이후 블루오리진은 절치부심 설욕의 기회를 기다려왔다. Starship 대비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재사용’ 기능이 추가된 것도 그중 하나. 이제 Blue Moon은 달 궤도를 돌다가 필요할 때마다 달 표면을..

UFO가 현실이 된 시대, 그리고 Space Law

중국의 정찰 풍선이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긴 결과, 이제 사람들은 UFO라고 하면 우주인들이 호모사피엔스를 지배하기 위해 보낸 비행체가 아니라 XX국 (이건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에서 보낸 ‘어디선가 날 내려다보고 있는 암살자’를 떠올리게 됐다 ​ 사실 UFO가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가 인도양 상공으로 진입해 필리핀 남서부 바다에 떨어졌다. 자치하면 한반도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평생을 북한 리스크와 함께 보낸 덕분에 간 크기가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도는 우리나라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고 넘어갔다. 이후 미국 우주사령부의 조사 결과 떨어진 잔해는 중국의 창정 5B 호 로켓이었던 ..

우주항공청 특별법 입법 예고...At Last

긴 산고를 겪고 있는 우주항공청이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 과기부가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공식 입법예고 한 것. 법안의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위상은 높이고, ​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 부위원장은 기존대로 과기부 장관이 맡고 실무위원장은 과기부 차관 대신 우주항공청장으로 변경 ​ 권한은 늘리고, ​ - 기존에 각 부처가 따로따로 추진하던 정책, 사업을 앞으로 우주항공청이 총괄 (단 국방 분야는 제외) - 하부조직을 자유롭게 구성, 해체할 수 있는 권한 - 우주청 자체 예산전용 가능 (단 기재부 사전 협의라는 단서가 붙어있는데 정확히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To be confirmed) ​ 장벽은 낮추고, ​ -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공무원 보..

내가 죽으면 달나라에 묻어다오

​ 사람의 유골을 우주로 보내는 스페이스 상조회사 Celestis가 미국을 대표하는 전 대통령들의 모발과 유품에서 채취한 DNA를 우주에 쏘아 올릴 계획을 밝혔다. 공식적인 프로젝트 목적은 ‘미래의 인류 & 우주인을 위한 타임캡슐’이지만...... 그냥 마케팅이지 뭐 ​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의 마케팅에 이용될 대통령들은 워싱턴, 아이젠하워, 케네디, 레이건까지 총 4명이다. 모두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대통령들이며, 워싱턴을 제외하면 우주개발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 밖에 드라마 ‘스타트랙’에서 열연했던 배우들의 DNA도 함께 쏘아 올려지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 과연 우주 매장이란 것이 얼마나 대중적인 수요가 있을까? 일단 가격은 상상했던 것보단 저렴하다. 회사 홈페이지에..

스마트폰, 위성에 꽂히다: 초공간 통신 선점을 위한 경쟁

스마트폰 속으로 우주가 들어오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 모두 자사 최신 폰에 위성 메시지를 탑재했다. 아직은 문자 메시지 수준으로 한계가 명확하지만, 위성-스마트폰 직접통신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기존의 지상 기지국의 보완재로 빠르게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로 위성-스마트폰 직접통신의 상용화를 시도한 것은 중국의 화웨이다. 화웨이는 자사 모델 메이트 50에 중국 베이더우 위성과 통신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후 간발의 차이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친 애플이 합류했다. 미국 위성통신 회사인 글로벌스타의 저궤도 위성망을 이용한 단방향 SOS 메시지를 지원한다. 아이폰 14, 아이폰 14프로 모두 적용되며 (단 아직은 서비스 지역이 일부 국가로 한정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선 체험할 수 없다, come on) 최근 애플..

춘추전국 in 우주: 미국의 합종 vs 중국의 연횡

지난 2021년 중국과 러시아가 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뜨거웠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놀라운 성과를 연달아 거둔 중국과 냉전 시대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조합은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둘의 조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으로도 벅차)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기술력도 이미 상당 부분 중국에 따라 잡히거나 심지어는 역전당한 러시아가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 중국이 연합에서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이 아닌 반미 연합이라는 상징성일 뿐이란 분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가 강력한 소프트파워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우주에서 자국이 거둔 ..

NASA가 부러운 이유: 대한민국 우주인들도 사랑받고 싶다

작년 4월, 글로벌 여론조사 기업인 YouGov가 미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권위에 대한 불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서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의 조사 결과에서 미 정부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이게 만일 학업 성적표였다면 ‘꼭 적성을 캠퍼스에서만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상담해 줬을 것 ​ 민주주의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까발리고 불만을 토해낼 수 있어서 좋은 제도라는 걸 실감하며 조사 결과를 훑어보는 도중 한 질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각 부처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 분석. 실제 조사는 5지 선다(매우 신뢰한다, 신뢰한다, 보통이다, 불신한다, 매우 불신한다)로 진행됐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매우 신뢰한다 + ..

SpaceX의 사장 그윈 샷웰, 일론 머스크를 '수습'하는 사람

​ SpaceX라고 하면 누구나 당장 일론 머스크를 떠올린다. 그의 대체 불가능한 이미지가 SpaceX의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해서 내일 당장 회사 이름을 SpaceMusk나 ElonX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SpaceX를 대표하는 공식 석상에는 머스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사장 겸 COO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윈 샷웰 (Gwynne Shotwell)이다. 특히 점잖게 앉아 있어야 하는 진중한 자리에는 십중팔구 그녀가 대신 와있다. 미 정부의 우주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그녀다 우선, 이쯤에서 하기 쉬운 오해 세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첫째, 회사가 유명해진 뒤 마스코트로 쓰려고 영입한 인물..

스타워즈는 현실이 될까, 미국의 우주군

“… 반드시, 언젠가, 우리는 우주에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구의 함선, 항공기, 지상 전력이 우주로부터 공격당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조지프 전 미 합동사령부 사령관) ​ 지난 2월 22~23일, 우리 군은 미국 우주군과 제1회 우주정책협의체(SET: Space Engagement Talks)를 개최했다. 지난 ‘21년 양국이 우주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정례 협의체 운영에 합의하고 맨 첫 단추다. 작년 12월에는 주한 미 우주군이 정식으로 창설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미 우주군은 미군의 6개 군 중 하나다 (육, 해, 공, 해병대, 해안경비, 우주)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군 우주사령부를 별개의 군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규모는 약 7천 명 남짓인데 기존의 공..

미국의 National Space Council User’s Advisory Group, 그리고 우리의 우주항공청

지난 23일, 미국 해리스 부통령 주관으로 National Space Council User’s Advisory Group (줄여서 UAG) 정기 회의가 열렸다. 가장 최근 회의는 2020년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구성한 멤버들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회의에서는 현재 미국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보여주듯 ‘우주기술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처’가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한다 ​ 미국에도 우리나라의 국가우주위원회에 준하는 조직이 있는데 바로 NSpC (National Space Council)이다. 1993년에 해체되었던 것을 2017년에 우주에 진지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되살렸다. 특징이라면 다양한 민간 대표들이 상설 Advisory Group으로 참여한다는 것, 이것이 UAG ​ 2년 임기로 진행되는데 부통령이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