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6

춘추전국 in 우주: 미국의 합종 vs 중국의 연횡

지난 2021년 중국과 러시아가 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뜨거웠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놀라운 성과를 연달아 거둔 중국과 냉전 시대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조합은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둘의 조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으로도 벅차)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기술력도 이미 상당 부분 중국에 따라 잡히거나 심지어는 역전당한 러시아가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 중국이 연합에서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이 아닌 반미 연합이라는 상징성일 뿐이란 분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가 강력한 소프트파워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우주에서 자국이 거둔 ..

SpaceX의 사장 그윈 샷웰, 일론 머스크를 '수습'하는 사람

​ SpaceX라고 하면 누구나 당장 일론 머스크를 떠올린다. 그의 대체 불가능한 이미지가 SpaceX의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해서 내일 당장 회사 이름을 SpaceMusk나 ElonX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SpaceX를 대표하는 공식 석상에는 머스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사장 겸 COO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윈 샷웰 (Gwynne Shotwell)이다. 특히 점잖게 앉아 있어야 하는 진중한 자리에는 십중팔구 그녀가 대신 와있다. 미 정부의 우주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그녀다 우선, 이쯤에서 하기 쉬운 오해 세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첫째, 회사가 유명해진 뒤 마스코트로 쓰려고 영입한 인물..

스타워즈는 현실이 될까, 미국의 우주군

“… 반드시, 언젠가, 우리는 우주에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구의 함선, 항공기, 지상 전력이 우주로부터 공격당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조지프 전 미 합동사령부 사령관) ​ 지난 2월 22~23일, 우리 군은 미국 우주군과 제1회 우주정책협의체(SET: Space Engagement Talks)를 개최했다. 지난 ‘21년 양국이 우주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정례 협의체 운영에 합의하고 맨 첫 단추다. 작년 12월에는 주한 미 우주군이 정식으로 창설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미 우주군은 미군의 6개 군 중 하나다 (육, 해, 공, 해병대, 해안경비, 우주)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군 우주사령부를 별개의 군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규모는 약 7천 명 남짓인데 기존의 공..

미국의 National Space Council User’s Advisory Group, 그리고 우리의 우주항공청

지난 23일, 미국 해리스 부통령 주관으로 National Space Council User’s Advisory Group (줄여서 UAG) 정기 회의가 열렸다. 가장 최근 회의는 2020년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구성한 멤버들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회의에서는 현재 미국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보여주듯 ‘우주기술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처’가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한다 ​ 미국에도 우리나라의 국가우주위원회에 준하는 조직이 있는데 바로 NSpC (National Space Council)이다. 1993년에 해체되었던 것을 2017년에 우주에 진지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되살렸다. 특징이라면 다양한 민간 대표들이 상설 Advisory Group으로 참여한다는 것, 이것이 UAG ​ 2년 임기로 진행되는데 부통령이 후..

인도의 실용 외교 (ask 양다리 외교), 우주까지

서방과 중국,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질수록 캐스팅 보트로서 인도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이웨이 하이웨이를 외치며 실리를 챙기는 인도의 유연함은 지정학적으로 숨 막히는 위치에 놓여있는 우리나라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 이에 미국은 대대적인 선물 공세에 나섰다. 지난 1월 미국-인도 양국은 기술 협의체 iCET(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를 출범시켰다.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며 반도체,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국방, 우주 등 중요하고(+민감한) 분야가 두루 포함되어 있다 ​ 기술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미국이? 겉으로만 요란한 Show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사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GE가 인도와 제트 엔..

코로나의 악몽: 항공업, 기사회생 가능할까

IATA(The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가 2022년 항공여행 시장 결산을 발표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 코로나로부터의 일상 회복에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RPK (Revenue Passenger Kilometers: 1 RPK는 여객 1명을 1km 운송한 것을 말한다) 기준 2022년은 2021년 대비 무려 65%나 증가해 2019년의 69% 규모로 회복되었다 특히 타격이 컸던 국제선이 전년 대비 153%나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영향이 적었던 국내선도 11% 성장, 코로나 직전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해 ‘역병’의 상처를 거의 다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단 지역별로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선은 다른 지역보다 규..

중국의 스파이 풍선과 스푸트니크 쇼크

​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에 성공한다 ​ 비록 이 위성은 3개월 남짓의 짧은 수명 끝에 소멸되었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명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하는 이 사건을 우리는 우주시대의 첫 페이지로 기억한다 ​ 당시 미국인들은 소련을 자기들보다 한 두수 아래로 여겼고 실제로도 미국의 국력은 소련을 압도했다 (미국은 GDP와 국방비 모두 소련을 2배 가깝게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소련이 하루아침에 ‘물량에만 의존하는 후진국’에서 ‘첨단 과학국가이자 인류의 미래를 여는 첨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 인류 역사를 통틀어 돌이켜 보아도 이만큼 효과가 컸던 마케팅 이벤트는 많지 않다. 초강대국은 하드파워에 소프트파워가 더해져 완성된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

항공업 '천하삼분지계: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중국의 꿈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에 그치지 않고 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은, 심지어는 중국과 같은 대국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국제협력이 아니라 이민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것이 다를 뿐. 일론 머스크도 태생은 남아공이다 * 작년(7월) 중국이 에어버스 항공기 292대 구매 계약(우리 돈으로 약 40조 원)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에어버스의 마음이 마냥 편하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 (비록 중국 항공사들의 신토불이 정신 덕분이긴 하지만). 중국이 개발한 첫 중형기인 C919은 이미 32개 고객사로부터 천대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하지..

우주정거장을 둘러싼 스페이스 삼국지

현지 시간 기준 1월 23일, ESA 사무총장 Josef Aschbacher가 유럽은 중국의 우주 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낼 돈도 정치적 의지도 없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 (미국 주도의) 기존 우주정거장에 예약해 둔 작업으로도 이미 바쁘다는 이야기인데 자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을 띄우기 위해 홍보에 열심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섭섭한 노릇이다 ​ 몇 년 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씁쓸한 심정에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본래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중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해왔다. 우주도 그중 하나로 정거장에서 공동 미션을 수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우주인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당시 훈련 과정에 ‘중국어 공부’, ‘우주에서의 에티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항공산업 삼국지: Boeing, Airbus, 그리고 중국

★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앞으로 ​ 21세기에 항공산업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긴 호황을 누렸다. 제3 세계의 경제 수준이 올라간 덕분에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Boeing과 Airbus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만들 것을 요구받았다 - 소위 표준 계약이란 것에 '주문을 넣기 전에 알아서 (업체 부담으로) 재고를 쌓아 놔야 한다는 조항이 달려 있던 시절이다... 세게는 더 가까워지고 사람들은 더 자주 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마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 성장을 견인한 가장 큰 엔진은 중국이었다. 항공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유럽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성장세인데 Boeing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