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19

춘추전국 in 우주: 미국의 합종 vs 중국의 연횡

지난 2021년 중국과 러시아가 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뜨거웠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놀라운 성과를 연달아 거둔 중국과 냉전 시대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조합은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둘의 조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으로도 벅차)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기술력도 이미 상당 부분 중국에 따라 잡히거나 심지어는 역전당한 러시아가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 중국이 연합에서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이 아닌 반미 연합이라는 상징성일 뿐이란 분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가 강력한 소프트파워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우주에서 자국이 거둔 ..

Blue Origin의 패자부활전: NASA와 화성 탐사 협력

​ ‘…일본 헤이안 시대, 요시나카는 일본의 통치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선두에 있었지만 급하게 교토를 차지했다가 주변의 적들에게 고립되었다. 결국 승리한 것은 먼저 교토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요시나카와 적대한 귀족들과 연합해 세를 불리며 때를 기다린 요리토모…’ ​ 지난 2월 9일, NASA는 Blue Origin이 개발하고 있는 New Glenn 로켓을 이용해 화성 탐사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밝혔다, 발사 시점은 2024년 말. 쏘아 올려진 위성들은 약 1년의 여행 끝에 화성에 도착, 그 주위를 돌며 다양한 관측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New Glenn의 개발이 늦어져 다소 세간의 관심에서 밀려난 듯했던 Blue Origin에게 NASA가 신뢰를 보여준 것 ​ 지난 2022년에 NASA는 VAD..

'우주인: 영광의 눈물과 고난의 피로 범벅이 된 왕관'

작년 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아르테미스 1호에 이어 2호는 유인 미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호가 로켓(SLS)과 우주선 성능 검증이 목표였다면 2호는 우주인들의 생명유지 시스템을 검증하는 것이 주목적. 4인 미션이며 2024년 5월 발사로 계획되어 있다 (분위기상 밀릴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튼) ​ 영화 프록시마 프로젝트를 봤다 (on 넷플릭스). 영화는 어린 딸을 혼자 키우는 사라가 우주 미션에 참여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을 그린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나 화려한 영상을 기대한다면 비추. 발사체가 하늘을 향해 오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기존의 우주영화들과는 아예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 하지만 바로 그러한 독특함이 영화의 매력. 초반의 지루함을 이겨내면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활로를 뚫으려고 몸부..

우주는 무법지대: 시작된 우주자원 경쟁

​ 일본 우주기업 ispace가 만든 달 착륙선 Hakuto-R이 달을 향해 항해 중이다. 만일 성공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되는 동시에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예상되는 착륙 시점은 올 4월 ​ 그동안 정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우주개발에 민간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범위가 지구 궤도 내 머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ispace의 시도는 민간 우주개발이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것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 ispace는 2008년 구글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최한 달 탐사 기술 경연대회인 ‘Google Lunar X Prize’에 참가했던 일본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회사다. 이후 진득하게 달을 향한 꿈에 집중, 미국과 룩셈부르..

스페이스X의 우주복: 비쥬얼 시대에 우주로 가는 법

좌: 스페이스X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우주복이다 우: 우주선과 디자인까지 짝으로 맞춘 실제 스페이스X 우주복 '이미지의 힘' ​ Apple의 아이폰이 순식간에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브랜드, 고급스러움과 첨단 그리고 진보와 저항의 이미지가 묘하게 섞인 (질서에 저항하는 대기업이라니 아이러니이지만 아무튼) Apple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컸다 ​ 고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유명하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머리를 어느 손가락으로 꼬아야 멋져 보이는지를 고민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성공한 리더들은 이미지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미지가 남기는 임팩트와 담긴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지 잘생기고 멋진 것과는 별개의 ..

우주정거장을 둘러싼 스페이스 삼국지

현지 시간 기준 1월 23일, ESA 사무총장 Josef Aschbacher가 유럽은 중국의 우주 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낼 돈도 정치적 의지도 없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 (미국 주도의) 기존 우주정거장에 예약해 둔 작업으로도 이미 바쁘다는 이야기인데 자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을 띄우기 위해 홍보에 열심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섭섭한 노릇이다 ​ 몇 년 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씁쓸한 심정에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본래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중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해왔다. 우주도 그중 하나로 정거장에서 공동 미션을 수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우주인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당시 훈련 과정에 ‘중국어 공부’, ‘우주에서의 에티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왜 우리는 달에 가야 하는가

1969년 7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족적을 남겼다 그로부터 50여 년,인류는 다시 달로의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 선두에 있는 것은 이번에도 미국이다. 논란의 연속이었던 트럼프 행정부였지만 미국의 우주개발에 다시 불을 붙인 업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트럼프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의 재개를 선언했다, 이제는 '아르테미스 계획'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이다)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권의 많은 것을 부정했지만 우주만큼은 예외였다. 인선 및 일정을 둘러싼 진통이 다소 있었지만 작년 12월 아르테미스 발사체(SLS)와 우주선(Orion)의 성능을 검증하는 아르테미스 1호가 성공리에 완수되었다...

NASA의 민간 투자: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발사체를 넘어 이제 우주개발에까지 직접 나서는 미국의 우주기업들. 하지만 그들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걸음마를 먼저 떼야 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쟁쟁한 미국 기업들도 NASA의 전략적인 인큐베이팅을 거쳐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 여기까지 왔다 ★ 비용절감을 위해 시작한 '민간 아웃소싱' COTS (Commercial Orbital Transporation Service) 2006 ~ 2013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을 유지하기 위한 발사체를 민간 주도로 개발하는 프로젝트. Lockheed Martin, Boeing 등 거물들을 포함해 여러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은 SpaceX와 Rocketplane Kistler이었다. 단 후자는 개발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중도 탈락..

뉴스페이스의 비밀: NASA의 지갑

미 정부가 민간의 우주 역량에 진득하게 투자한 결과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미국 우주개발의 안방마님인 NASA는 정확히 얼마를 누구에게 투자하고 있는 걸까? NASA의 2021년 회기 마감 Report를 뒤적여 보았다 (2022년 마감은 아직 Not available) ​ Finding 1: 2021년 한 해 NASA의 Total Obligation은 $26B(대략 30조 원) ​ • 당초의 예산 계획을 약 10% 가까이 넘긴 규모다, 미국도 예산을 덜 주려는 자와 더 받으려는 자가 매년 줄다리기하는 것은 마찬가지 ​ • (애초에 미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잔인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우주 예산은 대충 5천억 원 전후, 그나마도 간신히 현상 (인상이 아니라) 유지해 온 결과다. 우주에..

일대일로: 우주까지 넘보다 - 중국과 아프리카의 우주협력 동상이몽

[아프리카도 우주개발을 한다고?] ​ 지부티 공화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우주정거장을 짓기로 합의하였다 (만일 지부티 공화국이 어디 있는지를 몰랐다면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 인구가 200만 명이 안 되는 아프리카의 이 작은 나라는 중국에 부지 포함 발사장 구축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MOU를 체결하였다 (all the necessary assistance to build and operate the Djiboutian Spaceport, 이거 참 무서운 표현이다... 공수표도 아니고) 명목 상 MOU 체결 주체는 Hong Kong Aerospace Technology Group라는 중국의 위성 기업이지만 진정한 막후는 Touchroad International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