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

춘추전국 in 우주: 미국의 합종 vs 중국의 연횡

지난 2021년 중국과 러시아가 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뜨거웠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놀라운 성과를 연달아 거둔 중국과 냉전 시대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조합은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둘의 조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으로도 벅차)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기술력도 이미 상당 부분 중국에 따라 잡히거나 심지어는 역전당한 러시아가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 중국이 연합에서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이 아닌 반미 연합이라는 상징성일 뿐이란 분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가 강력한 소프트파워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우주에서 자국이 거둔 ..

코로나의 악몽: 항공업, 기사회생 가능할까

IATA(The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가 2022년 항공여행 시장 결산을 발표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 코로나로부터의 일상 회복에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RPK (Revenue Passenger Kilometers: 1 RPK는 여객 1명을 1km 운송한 것을 말한다) 기준 2022년은 2021년 대비 무려 65%나 증가해 2019년의 69% 규모로 회복되었다 특히 타격이 컸던 국제선이 전년 대비 153%나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영향이 적었던 국내선도 11% 성장, 코로나 직전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해 ‘역병’의 상처를 거의 다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단 지역별로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선은 다른 지역보다 규..

중국의 스파이 풍선과 스푸트니크 쇼크

​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에 성공한다 ​ 비록 이 위성은 3개월 남짓의 짧은 수명 끝에 소멸되었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명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하는 이 사건을 우리는 우주시대의 첫 페이지로 기억한다 ​ 당시 미국인들은 소련을 자기들보다 한 두수 아래로 여겼고 실제로도 미국의 국력은 소련을 압도했다 (미국은 GDP와 국방비 모두 소련을 2배 가깝게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소련이 하루아침에 ‘물량에만 의존하는 후진국’에서 ‘첨단 과학국가이자 인류의 미래를 여는 첨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 인류 역사를 통틀어 돌이켜 보아도 이만큼 효과가 컸던 마케팅 이벤트는 많지 않다. 초강대국은 하드파워에 소프트파워가 더해져 완성된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

항공업 '천하삼분지계: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중국의 꿈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에 그치지 않고 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은, 심지어는 중국과 같은 대국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국제협력이 아니라 이민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것이 다를 뿐. 일론 머스크도 태생은 남아공이다 * 작년(7월) 중국이 에어버스 항공기 292대 구매 계약(우리 돈으로 약 40조 원)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에어버스의 마음이 마냥 편하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 (비록 중국 항공사들의 신토불이 정신 덕분이긴 하지만). 중국이 개발한 첫 중형기인 C919은 이미 32개 고객사로부터 천대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하지..

유랑지구를 봤다: 문화의 힘, 그리고 우주 걱정

' 영화를 봤다 ' ​ 주말에 중국 영화 유랑지구(on Netflix)를 봤다. 중국에서 역대 흥행 순위 5위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중국 영화는 아마도 쿵푸허슬 아니면 색계. 주성치가 연기를 그만두고 탕웨이가 정서적 한국인이 된 이후 중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았지만 '유랑지구'는 우주개발을 다뤘고 소위 ‘국뽕’도 심하지 않다고 해서 보게 됐다 ​ 감상은 평작과 수작 사이. 인터스텔라와 아마게돈 (살짝살짝 승리호랑 겹치는 모습도 보인다)의 잔상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특정 영화를 베꼈다기보단 SF 영화의 클리셰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CG는 훌륭하고 ‘중국 만세’를 외치고 싶은 유혹도 잘 견뎌낸 편이다. 극 중 양념처럼 깔려 있는 우주에 대한 상식들도 재미를 준다 (아 물론 블..

우주정거장을 둘러싼 스페이스 삼국지

현지 시간 기준 1월 23일, ESA 사무총장 Josef Aschbacher가 유럽은 중국의 우주 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낼 돈도 정치적 의지도 없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 (미국 주도의) 기존 우주정거장에 예약해 둔 작업으로도 이미 바쁘다는 이야기인데 자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을 띄우기 위해 홍보에 열심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섭섭한 노릇이다 ​ 몇 년 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씁쓸한 심정에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본래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중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해왔다. 우주도 그중 하나로 정거장에서 공동 미션을 수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우주인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당시 훈련 과정에 ‘중국어 공부’, ‘우주에서의 에티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항공산업 삼국지: Boeing, Airbus, 그리고 중국

★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앞으로 ​ 21세기에 항공산업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긴 호황을 누렸다. 제3 세계의 경제 수준이 올라간 덕분에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Boeing과 Airbus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만들 것을 요구받았다 - 소위 표준 계약이란 것에 '주문을 넣기 전에 알아서 (업체 부담으로) 재고를 쌓아 놔야 한다는 조항이 달려 있던 시절이다... 세게는 더 가까워지고 사람들은 더 자주 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마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 성장을 견인한 가장 큰 엔진은 중국이었다. 항공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유럽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성장세인데 Boeing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

일대일로: 우주까지 넘보다 - 중국과 아프리카의 우주협력 동상이몽

[아프리카도 우주개발을 한다고?] ​ 지부티 공화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우주정거장을 짓기로 합의하였다 (만일 지부티 공화국이 어디 있는지를 몰랐다면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 인구가 200만 명이 안 되는 아프리카의 이 작은 나라는 중국에 부지 포함 발사장 구축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MOU를 체결하였다 (all the necessary assistance to build and operate the Djiboutian Spaceport, 이거 참 무서운 표현이다... 공수표도 아니고) 명목 상 MOU 체결 주체는 Hong Kong Aerospace Technology Group라는 중국의 위성 기업이지만 진정한 막후는 Touchroad International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