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스페이스X의 우주복: 비쥬얼 시대에 우주로 가는 법

seanny boy 2023. 1. 28. 09:29

좌: 스페이스X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우주복이다

우: 우주선과 디자인까지 짝으로 맞춘 실제 스페이스X 우주복 

 

 

'이미지의 힘'

Apple의 아이폰이 순식간에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브랜드, 고급스러움과 첨단 그리고 진보와 저항의 이미지가 묘하게 섞인 (질서에 저항하는 대기업이라니 아이러니이지만 아무튼) Apple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컸다 

고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유명하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머리를 어느 손가락으로 꼬아야 멋져 보이는지를 고민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성공한 리더들은 이미지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미지가 남기는 임팩트와 담긴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지 잘생기고 멋진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자)

'입고 싶은 우주복'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여러모로 아이폰을 연상케 한다. 심플+슬립+쿨하다 

놀랍게도 이 우주복을 디자인한 사람은 우주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그동안 영화, 그중에서도 주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해왔다. 화려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아이언맨2 (생각해 보니 일론 머스크는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이때 섭외한 건가?)

우주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던 호세에게 일론 머스크는 ‘턱시도’ 같은 우주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기능을 먼저 완성한 뒤 디자인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호세의 디자인에 맞춰 설계하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다른 것은 디자인뿐이 아니다. 기능에 있어서도 우주인들의 편리함을 최대한 고려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업그레이드가 적용되었다. 가장 큰 특징은 우주복을 입은 체 조종석에 앉으면 자동으로 우주선 내 공기, 전력과 연결된다는 것. (스마트폰 세대를 배려하여) 장갑을 입고도 우주선의 터치스크린을 누를 수 있고, 헬멧에는 웨어러블 기능이 더해져 선내 상황을 모니터링 가능하다

'스페이스X vs NASA'

너무 스페이스X 편만 들면 불공평하니 이쯤에서 균형을 잡아야겠다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우주복’이라고 할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우주비행복’ 정도가 적절한 이름일 것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NASA의 우주복은 우주선 밖에서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제작되었다. 반면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우주선을 내려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선내의 활동만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전자는 EVA (Extravehicular) Suit, 후자는 IVA (Intravehicular) Suit라고 줄여 부른다. 즉 용도 자체가 다르다는 것

 

'주목해야 하는 것은 관점과 철학의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특별하다. 스페이스X 외에도 다양한 IVA를 만들었지만 세상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스페이스X 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능보다는 관점과 철학의 차이일 것이다. 과거 정부기관이 만든 우주복은 어디까지나 안전과 미션이 중요할 뿐 ‘멋’은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 쾌적한 착용감은 평가 항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배점이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우주를 무대로 돈을 버는 민간기업이다. 사람들이 보고 혹하는 디자인과 관광객이 입고 움직이기 편한 착용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강조해야 할 것은 역시 비용. 우주복은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괜히 우주복을 가리켜 1인용 우주선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한 NASA의 우주복과 필요한 기능 위주로 최적화, 간소화를 꾀한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각각 Old Space와 New Space의 지향점을 상징한다

 

 

'스페이스X의 EVA Suit... Coming Soon'

우주복의 중요성은 ‘우주복 때문에 아르테미스 달 착륙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일정 지연과 비용 초과(Over 1조 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NASA의 내부 감사 결과가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NASA는 자체 개발에서 민간위탁으로의 방향을 전환한다

머스크는 이걸 놓치지 않고 ‘그 돈 주면 내가 만들어주겠다’고 트윗을 날렸다 (이쯤이면 과학이다). 아쉽게도 NASA는 다른 회사들을 선택했다. 업력만 놓고 보면 매우 지당한 선택이었지만 스페이스X가 만든 EVA Suit는 어떤 디자인일지 궁금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론 마블의 헐크버스터 같은 컨셉을 상상…과학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지릴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의 궁금증은 생각보다 빨리 해소될지도 모르겠다. 스페이스X가 계획하고 있는 다음 민간 우주여행, 일명 폴라리스 프로젝트를 위한 새 우주복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미션에서 관광객들은 스페이스X의 우주복을 입고 민간인 최초로 우주 유영에 도전하게 된다. 복잡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만큼 100% 완벽한 EVA라고 하고 보기엔 어렵겠지만 스페이스X가 추구하는 미래 우주복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