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 기준 1월 23일, ESA 사무총장 Josef Aschbacher가 유럽은 중국의 우주 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낼 돈도 정치적 의지도 없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기존 우주정거장에 예약해 둔 작업으로도 이미 바쁘다는 이야기인데 자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을 띄우기 위해 홍보에 열심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섭섭한 노릇이다
몇 년 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씁쓸한 심정에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본래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중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해왔다. 우주도 그중 하나로 정거장에서 공동 미션을 수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우주인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당시 훈련 과정에 ‘중국어 공부’, ‘우주에서의 에티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적어도 당시의 유럽은 중국의 정거장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협력 기조는 최근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ESA는 2020년 창어 5호(역사상 3번째로 달 광물 채취)와 2021년 톈원 1호(역사상 3번째의 화성 착륙)에 파트너로 참여했다. 2024년 예정인 창어 6호(이번에는 달 뒷면의 샘플 채취가 목표)에도 ESA가 투자한 장비가 달릴 예정
하지만 이러한 협력 기조가 최근 급격히 수그러들고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미국의 눈치도 눈치지만 중국의 우주개발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러시아가 껄끄러울 것이다. Josef 총장은 ESA가 ILRS (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 중국판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러시아가 참여하고 있다)에 참여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아예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중국이 톈궁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2011년, 미국이 중국과의 우주개발 협력을 금지했을 때였다 (Wolf Amendment). ‘과연 가능할까’라는 주변의 의심 어린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고작 10여 년 만에 독자 우주정거장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4년이면 퇴역할 예정의, 그것도 러시아의 협조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한 정거장에 의존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지구궤도에 떠 있는 유일한 정거장이 중국 것인 상황을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은 정거장 운영 기간을 2024년에서 2030년까지 연장하는 한편 러시아의 도움이 없어도 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뒤를 이을 후계기를 개발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중. 하지만 당분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묘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중국도 마냥 유쾌한 심정인 것은 아니다. 가게를 새로 열었으면 손님으로 북적여야 하는데 아직까진 예약 실적이 저조하다. 해외우주인을 환영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모든 UN 가입국을 환영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아직까지 확정된 이용 계획은 없다, 심지어는 우주인 트레이닝을 도와주겠다는 옵션을 붙였는데도 (언어가 허들인 걸까? 검색해 보니 톈궁의 모든 시스템은 중국어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하긴 그것만이 원인일 것 같지는 않지만)
' Regretfully, 쓸 수 있는 정거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야?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너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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