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우주는 무법지대: 시작된 우주자원 경쟁

seanny boy 2023. 2. 3. 21:56

 

<Be There First>

일본 우주기업 ispace가 만든 달 착륙선 Hakuto-R이 달을 향해 항해 중이다. 만일 성공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되는 동시에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예상되는 착륙 시점은 올 4월

그동안 정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우주개발에 민간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범위가 지구 궤도 내 머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ispace의 시도는 민간 우주개발이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것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ispace는 2008년 구글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최한 달 탐사 기술 경연대회인 ‘Google Lunar X Prize’에 참가했던 일본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회사다. 이후 진득하게 달을 향한 꿈에 집중,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사무실을 내는 등 세간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순항해 왔다

이번 미션은 단순히 ‘민간이 만든 착륙선이 달에 다녀왔다’는 것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지난 2020년, NASA는 달 자원 회수를 민간에게 의탁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파트너로 선정된 ispace가 수집한 자원은 NASA가 유상으로 구매하기로 되어 있다

 

<Wild Wild Space>

비록 계약 대금은 꼴랑 $5,000이지만 (이랬다가 예상치 못했던 신기한 걸 주워 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가격 재협상이 안된다면 독소조항 같은데) 중요한 것은 계약의 규모가 아니라 인류 최초의 상업적 우주 자원 거래라는 상징성이다

* 대금은 선급 10%, 발사 성공 때 10%, 자원을 회수해 왔을 때 나머지 80%를 지불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1,000 받았겠네... *

 

우주 자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사업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법령을 만드는 나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국인 일본도 2021년에 관련 법령을 만들고 (미국, 룩셈부르크, UAE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이를 근거로 ispace에게 우주 자원을 판매할 수 있는 License를 부여했다

반면 정작 국제우주법이라고 할 수 있는 OST(Outer Space Treaty)는 우주 자원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 주장을 금하고 있다. 단 그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이 법이 만들어진 60년대에 민간기업이 우주 자원을 가지고 장사를 할 날이 올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국가 전유만 금지된다는 입장과 정부뿐 아니라 어떤 개인이나 사적 단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이 나뉜다

* 각자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몇 개 읽어 보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경험상 이런 법령 문제는 논리가 복잡할수록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더라 (Everybody’s got a big fat tongue) *

 

<게임의 룰을 따르는 자, 극복하는 자, 만드는 자>

우주자원 개발의 원칙을 둘러싼 논의와 무관하게, 우주를 향한 민간기업들의 도전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ispace 2차(2024), 3차(2025) 미션을 계획해 두었다. 미국은 아예 달나라 기지에 물자를 수송하는 역할을 민간기업에게 맡기는 CLPS (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를 계획하고 있다. 그 첫 사례로 Intuitive Machines란 미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우주선을 연말에 달에 보낼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이면 달을 선점하려는 나라와 기업들의 쟁탈전으로 우주를 무대로 곡격견마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우주를 평화롭게 이용하기 위한, 시대에 맞는 국제우주법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건 강대국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방관만 해선 안된다

국제항공법이 40년대에 몇몇 항공선진국이 뼈대를 잡은 뒤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처럼 우주도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글로벌 컨센서스가 이뤄지는 초기에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남이 설계한 게임만 할 순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