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일본의 H-3, 그리고 우리의 차세대발사체(이름은?)

seanny boy 2023. 2. 4. 23:24

 

일본의 JAXA가 미쓰비시 중공업 (이하 MHI)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발사체 H-3가 2월 12일 발사를 앞두고 있다

Stage.1: 기술자립

일본은 1986년에 미국의 도움을 받아 H-1 로켓을 개발했고, 곧바로 국산 발사체 H-2 개발에 착수, 1994년에 우주 자립의 꿈을 이뤘다

Stage.2: 신뢰성과 활용성

이후 일본은 우주를 연구를 넘어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우선 ISAS (고체 발사체), NASDA (액체 발사체), NAL (항공)에 나뉘어 있던 우주 역량을 한 곳에 모아 JAXA를 만들었다

JAXA는 H-2를 개량한 H-2A를 개발하면서 민간기업인 MHI의 역할을 순차적으로 확대, 주요 기술을 이전했다. 지금은 MHI가 발사체 제작부터 고객 유치, 임무 수행까지 발사 서비스의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 3호를 H-2A로 쏴 올린 것도 JAXA가 아닌 MHI (당시 MHI가 마케팅 차원에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후문이 있다. JAXA가 사업의 주체였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

H-2A가 위성을 쏘아 올리는 수준이라면 H-2B는 본격적인 우주 탐사를 염두에 두고 중량을 대폭 늘렸다. 일본의 국제우주정거장 수송은 대부분 H-2B를 통해 이뤄졌다. 발사 성공률 100%의 높은 신뢰도에 힘입어 큐브 위성 위주지만 해외위성 발사 기록도 근근이 쌓았다 

이처럼 신뢰성과 활용성을 확보했지만 일본의 발사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발사체가 90%대의 높은 성공률을 보일 만큼 성능은 상향 평준화됐다. 앞으로 고객의 선택을 좌우하게 될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가격. H-2A도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을 상당히 낮춘 (최초의 H-2 대비 20~40% 저렴)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은 떨어진다 

Stage.3: 사업성

이에 일본은 본격적으로 ‘사업성’을 목표로 한 H-3 개발에 나섰다. H-3는 선배들에 비해 성능과 사이즈는 우위에 있는 반면 비용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를 단순화하여 부품 수를 줄이고 3D 프린팅 등 신기술을 적용했다. 전자 부품의 대부분을 자동차용 부품으로 대체하는 등 범용품화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미션의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모델을 준비하고 있고, H-3의 부품들이 자국의 다른 로켓 (Epsilon)에도 적용될 수 있게 설계한 것도 눈에 띈다

' 해야 하는 일이다 '

우리는 일본보다 늦게,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작했지만 넓은 보폭으로 쫓아가고 있다. 누리호의 후속기에 해당하는 차세대발사체 (KSLV-III)가 올해 개발 착수 예정이다. 누리호보다 더 크고 더 센, 위성 발사를 넘어 본격적인 우주 탐사가 가능한 발사체가 될 것이다.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의 개량까지 고려해 엔진 재점화, 추력 조절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우주를 향한 진정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차세대발사체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훨씬 긴 시간, 많은 예산을 투입한 일본도 빛을 보지 못했다며 의기소침해지면 안 된다! 만일 일본이 발사체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국제우주정거장 그리고 이제 막 첫발을 뗀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주연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우주가 중요한 외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일본과 우리가 우주 외교에서 받는 대접이 미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다른 것은 단순히 GDP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1등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우직하게 발사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잘되면 좋아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누리호가 이룬 업적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뒤집히는 역전의 기회가 눈 앞에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기적도 준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