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고금리 시대 우주산업: 위기의 스타트업과 정부의 역할

seanny boy 2023. 1. 1. 14:44

'롤러코스터 같았던 2022'       

지난 몇 년 간 우주산업 투자가 크게 늘었다. 글로벌 우주투자는 2019 240억 달러, 2020 300억 달러, 2021 460억 달러로 매년 기록을 갱신했다. 공적자본이나 기존 금융권 뿐만 아니라 VC의 유입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특징.

 

상장을 선택하는 기업도 줄을 이었다. 2018년에 Virgin Galactic IPO 했을 때이게 진짜 되는구나란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후 발사체나 위성뿐 아니라 (아직은) SF처럼 느껴지는 아이템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도 여럿 등장했다.

 

하지만 2022년이 꺾이면서 이러한 훈풍도 한풀 꺾였다. 금리가 오르면서 글로벌 자본은 안전자산을 찾아 대이동 중이다.대표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특히 미래 혁신산업이 타격을 받았는데 우주도 예외는 아니다. 3분기 기준, 우주산업 투자는 총 34억 달러에 그쳤는데 이것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괜찮은 걸까?‘

 

빠져야 할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냉담한 시선도 있다. 투자를 권장(혹은 강요) 하는 통화정책에 치여 방황하던 자본이힙한 느낌의 우주로 흘러 들어왔다는 것. 덕분에뉴스페이스란 말이 대중화될 정도로 민간의 우주 참여가 활발해졌고 참신한~파격적인 아이디어들도 사업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배팅 성격의 투자'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즈니스 제안'이 늘어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물길이 하류로 흘러 모여 바다를 이루지만 오물도 함께 모이는 것처럼.

 

'어차피 겪어야 하는 조정이라면,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걸까?'

 

우주산업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 소위 데스밸리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길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뒤 한 번의 성공으로 모든 것을 만회하는 리스크 테이킹도 특징이다.고금리의 불확실성 시대(더 이상 펀더멘탈이 아닌 아이디어만으로 민간 투자를 유인하기 어려운 시대)를 자력으로 매출을 내며 견딜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쟁쟁한 대기업들(Lockheed Martin 같은) 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 하지만 우주는 대기업만큼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주라는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고 스타트업보다 무조건 DQ(상상력 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성공을 유지하고 반복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관계와 문화)를 스스로 흔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정부의 리더십 기대'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주산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정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미국도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하고 있다+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창업 후 10년간 확보한 자금 중 절반 이상을 NASA 프로젝트 참여로 확보했다. 미국의 우주기업들은 정부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 내실을 강화한 뒤 민간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외연을 키운다.갈수록 높아지는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는 오히려 더 크고 과감한 우주개발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민간 투자가 위축되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미국은 아르테미스 미션뿐 아니라 산업체 주도로 진행되는 우주방위 시스템 구축, 연구개발 과제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ESA 3년 대비 17% 증액된 규모로 향후 3년간의 예산을 확정했는데, ‘유럽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따라서 번영을 창출하는 산업에 현명하게 집중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증액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방심하지 않는' 모습들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겁게 느껴질 따름이다. 지나치게 달아올랐다가 이제 조정을 거치고 있는 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 막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바람이 부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도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우주에 특화된 투자 펀드 도입 등 스타트업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새로운 기술, 산업이 언제나 순탄하게 발전했던 것은 아니다. 도중에 멈추어 서거나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잘못 들 때도 있다.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보면 쓰고 싶고, 새로운 기회가 보이면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우주산업의 미래는 결국우상향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한순간의 어려움 때문에 우주산업의 잠재력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기를 바란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감아 닷컴 버블 때를 돌이켜 보자. 버블이 조정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으나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꿈꿨던 ICT의 미래가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 그때 사람들이 꾸었던 꿈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일상이 됐다. 버블이 터졌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65%, 아마존은 무려 95%나 주가가 빠졌다. 그렇다고 이들이 꾸었던 꿈이 망상(X )이었던 것은 아니지 않나.

 

지금 어려워하고 있는 기업 들 중 미래 우주산업을 대표할 챔피언이 나올 수도 있다. 기업들이 한풍을 견뎌내고 싹을 피울 수 있도록 정부에서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미래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