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우주 바이오의 시대, 암의 해결책을 우주에서 찾는다

seanny boy 2023. 1. 1. 14:48

 

[우주 x 제약 = ???]

 

(속쓰림에는 겔포스로 유명한) 제약사 보령이 우주에 투자한다고 최근 화제가 됐다. 올해에만 총 6천만 달러를 우주기업 Axiom Space에 투자한 것.

 

보령과 우주의 인연은 역사가 길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에 들고 갔던 줄기세포를 제공한 것도 보령. 단 이때만 하더라도 깜짝 마케팅 정도로 여겼지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새로 취임한 김정균 대표가 우주를 미래 신사업으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보령의 도전]

김 대표가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20년 NASA와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아픈 사람도 우주에 갈 수 있느냐’는 김 대표의 질문에 NASA는 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고. 이후 김 대표는 국내와의 인터뷰에서 ‘보령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회사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우주라는 결단이 섰다’고 답변했다.

결단이 빨랐던 만큼 이후의 움직임도 빨랐다. 보령은 2020년을 시작으로 매년 CIS(Care in Space) Challenge를 열고 있다. 우주 헬스케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글로벌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회를 여는 이벤트다. 위에 나온 'Axiom Space'와 우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Starburst'가 함께 한다. 최종 선발된 팀에게는 투자금과 창업 컨설팅을 제공.

 

[우주도 의사가 필요해]

 

도대체 제약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보령은 이렇게 우주에 대해 진지한 걸까?

 

우주에서 인간이 장기 체류하면 여러 가지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 방사선, 중력, 밀폐된 공간과 장기간 고립은 우리 몸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이 밖에도 우주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린 이제 서서히 알아가는 단계다. 우주개발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긴 시간을 우주에서 보내게 될 것이고, 따라서 우주인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약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우주 제약의 진정한 잠재력]

 

노림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약을 개발하려면 무수한 구조의 단백질을 해석해야 하는데, 순수하고 큰 단백질 결정을 확보할수록 더욱 좋은 품질(고순도)의 약을 만들 수 있고 연구/개발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중력으로 인한 침전 현상이 없는 우주에서 작업하면 훨씬 더 많은 양질의 단백질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 실제로 선진국들은 우주가 암, 당뇨,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결코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암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인 Cancer Moonshot 프로젝트를 최근 재개하였는데 그 수장에 NASA 출신을 앉혔다. 주요 암 관련 의학 연구를 우주 공간에서 시도하는 것을 이미 검토 중.

 

실제로 시드니 대학이 인공적으로 중력을 변화 시켜 암세포의 약 80%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한 연구 사례도 있다.

 

우주 바이오 프린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생체의료용 3D 프린팅 기술이 등장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이미 뼈와 같은 단단한 조직은 인공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혈관이나 근육 같은 부드러운 부위는 생체 재료를 쌓아 올려도 쉽게 흩어지기 때문에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시도가 가능해진다. 미국의 한 회사는 10년 내에 환자에게 이식 가능한 수준의 심장을 우주에서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Axiom Space를 선택한 이유]

 

이처럼 우주 제약은 (비록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령의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매우 냉담하다. 뉴스를 보면 ‘무모한 선택’ ‘광폭 행보’ 같은 험한 표현도 보인다.

 

아무래도 투자의 규모에 놀랐을 것이다. 보령이 Axiom Space에 투자한 금액은 회사의 2년 치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그동안 보령이 내실 강화에 집중하는 신중한 경영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다).

 

하지만 투자 대상인 Axiom Space가 어떤 기업인지 좀 더 들춰보면 그 취지를 이해는 할 것 같다.

 

우주 제약은 (우주와의 융합을 노리는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원할 때 언제나 우주에 갈 수 있는 액세스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우주 제약 연구도 대부분(60% 이상)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

기존의 우주정거장(2030년 퇴역 예정)을 대체할 후속 기종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맡게 될 예정인데, Axiom Space는 그 후보 중 하나다. 25년에 첫 번째 모듈을 쏘고 이후 순차적으로 세 개를 더 쏴서 우주에서 조립해 현 우주정거장이 퇴역하기 전에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 기업이니까 사업을 하려면 투자금이 필요하고, 투자를 했으면 회수를 해야 한다. 정거장이 운영을 시작하면 이를 다양한 용도로 개방/대여하는 식으로 돈을 벌 예정인데, 호텔이나 영화 스튜디오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연구실 대여다. 보령은 지분 투자자로서 (비록 3% 미만이지만) 정거장에 대한 일정한 권한을 기대하고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도전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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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다 감안하더라도 매우 과감한 결정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내가 주주라고 해도 우주보다는 '땅에 발붙이고' 있는 항암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나 같으면 우리가 우주에 가니 마니 하는 세상 자체가 오지 못했겠지... 보령의 도전이 멋진 결말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