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Why 우주? 우주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

seanny boy 2023. 1. 1. 19:27

[Why 우주?]

미국에서 우주개발을 비꼬는 광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심지어 사기업 광고다). 영상 속 Narrator는 ‘지금은 지구를 탈출할 때가 아니라 관심을 더 가져야 할 때’ 라고 외치며 우주개발을 조롱한다.

우주가 아니라 이곳 지구, 확실하지 않은 미래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강력하다. ‘Team Earth’라는 자막이 떠오르는 끝부분에 이르면 우주개발이 마치 타이타닉을 탈출할 듯 지구를 떠나려는 (비겁한) Exit Plan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Note: Narrator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연이었던 매튜 매커너히가 맡았다, 제대로 노렸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우주개발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here on 지구)를 위한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성 식민지 개척과 같은 자극적인(부정적인 뜻은 아니다) 계획이 모든 관심을 독차지한 탓인지 정작 우리 일상 속 우주기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구의 위기, 치료하려면 우선 진단이 나와야 한다]

 

위성이 발전한 덕분에 인류는 장님이 코끼리 더듬듯 단편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었던 지구를 시스템 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말했 듯,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는 법이다. 이미 위성데이터는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됐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시급한) 활용은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관측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위성이 없었다면? 여전히 우리는 기후변화 음모론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탄소배출 감소도 위성을 이용한 지속적 모니터링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감시와 규율이 없이도 모든 규칙이 잘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기에 인류의 절제력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이 밖에도 재난대처, 농작물 모니터링, 수자원 관리, 동식물 생태계 관측 등 위성데이터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분야가 갈수록 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가 늘어나면 문제를 진단만 하는 수준을 넘어 닥쳐올 상황을 ‘미리 예측해 대처’하는 것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미 쓰나미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시기가 문제일 뿐 반드시 올 미래다).

[Exit Plan이 아니라 Interconnect Plan]

 

일각의 염려와 달리, 우주는 불평등 심화가 아닌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역시 우주 인터넷.

아직도 인류의 절반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Offline’ 상태인데, 그중 약 80%가 저개발 국가에 몰려 있다. 기존의 인터넷은 데이터 수요가 높은 밀집지역(도심)이 아니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과거 냉전 세계가 ‘정치와 이념’ 때문에 둘로 쪼개져 있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진입장벽으로 인해 둘로 나누어져 있는 셈. 인류의 열정과 아이디어 가운데 상당한 부분이 ‘접속’할 길을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우주인터넷은 개발도상국들이 디지털 사각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개개인이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격교육이나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회경제적인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이 역시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수년 내 목격하게 될 모습들이다.

 

[‘우주개발’의 필요성을 세일즈 하자]

 

최근 우리 정부는 우주경제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매우 의미 있는 전진이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얼마나 와닿았을지는 모르겠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2032년에는 달, 2045년에는 화성 착륙’인데 납세자 입장에서 ‘그래 이건 바로 나를 위한 정책이야’ 라고 납득하긴 어렵지 않았을까.

누리호는 케로신만 실린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료를 가득 채우고 출발했기 때문에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정책, 기술연구,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 토양이 될 ‘우주개발이 필요한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다. 우주개발은 이곳 지구,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