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Relativity Space: 3D 프린터로 로켓을 만드는 회사

seanny boy 2023. 1. 15. 11:36

'발사체, 더 간단하게'

아폴로 미션에 함께 했던 엔지니어는 인터뷰 중 이런 말을 남겼다, “우주발사체는 560만 개나 되는 부품이 들어간다. 신뢰도가 99.9%라는 것은 곧 5,600개의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발사체는 함부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난도 기술의 결정체다. 아폴로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SLS 로켓도 수차례의 실패 끝에 비로소 첫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누리호에 들어간 부품 수는 약 36만 개로 알려져 있다.

'발사체, 더 저렴하게' 

우주를 무대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우주에 가는데 드는 비용이 발사체 재사용 기술 덕분에 크게 낮아졌기 때문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게 아니다. 리스크가 숙명인 우주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더 낮춰야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위성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발사체도 필요

'우주발사체 혁명의 다크호스'

 

이제 스페이스X라면 누구나 아는 회사가 됐지만 우주를 꿈꾸는 로켓맨은 이 밖에도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가 Relativity Space

Relativity Space는 3D 프린터로 로켓을 만드는 회사다 (한 마디로 설명 가능한 회사가 좋은 회사다). 전통적인 기계가공과 달리 부품을 하나하나 만들어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품 숫자를 크게 줄이는 것이 가능한다. 회사의 첫 작품인 테란 1은 약 85%(부피 기준)을 3D 프린터로 만든, 흉내만 낸 것이 아닌 진정한 Fully 3D Printed Rocket이다, 심지어 발사체의 심장인 엔진도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덕분에 다른 발사체보다 훨씬 적은 약 700~1,000개의 부품의 단순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제작 과정도 훨씬 단축되어 2개월이면 1대 제작이 가능하다고 (기존 발사체는 약 2년 소요). 수백수천 개의 부품 업체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설계를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발사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 우주산업에 새로운 모멘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산업의 Next Big Thing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

 

 

NASA가 민간의 우주 수송 역량에 투자하는 VCLS-2 사업의 3대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시장의 반응도 뜨거워 2015년 창사 이래 $1B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시리즈 E 라운드에서는 $4B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는 Leonardo, Bombardier 같은 유구한 역사의 항공업계 터줏대감들에 맞먹는 숫자다

'Terran 1 그리고 Terran R'

테란 1은 올 1월 중 첫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미션 네이밍은 ‘Good Luck, Have Fun’. 하지만 테란 1은 최소기능제품, 일종의 맛보기에 가깝다. 회사가 진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테란 1보다 더 크고 멀리 갈 수 있는 테란 R. 2025년 화성 탐사가 목표였는데 아직도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발사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

회사의 핵심인력 중에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출신이 많다. 사장인 Tim Ellis도 블루오리진 로켓 엔지니어 출신, 그래서인지 사업을 대하는 철학도 비슷한 구석이 엿보인다 

인터뷰 중 관계자는 Relativity Space가 추구하는 업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발사체가 아니라 인류가 우주에서 살 수 있는 시대를 여는 것을 꼽았다. 우주 정주 시대를 열기 위해선 필요한 물건을 우주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3D 프린트 공장이 필수이며 이러한 '우주공장 시대'의 선두에 있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 테란 R이 자유롭게 우주를 오갈 수 있게 3D 프린트 부품공장을 화성에 세우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는 의기양양함이 생뚱맞지 않고 멋지게 느껴졌다

 

'우주, 추격 전략만으로는 안돼'

그동안 우리나라는 Fast Follower 전략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며 발전했다. 하지만 우주산업에서도 똑같은 방법이 통할까? 2023년은 우리가 차세대발사체 개발의 첫 삽을 뜨는 한 해이지만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데뷔하는 한 해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하는 '추격자 본능'만 가지고 따라가기엔 어려운 차이다. 기존의 우주개발을 끈기 있게 밀고 가는 것은 기본이고, 당장은 멀게 느껴지는 미래 선도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 이제는 3D 프린팅도 '파격적 혁신'으로 분류하기엔 어려울 듯하다. 하겠다는 또는 이미 시작한 곳이 너무 많아서... 게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찾아 발끝으로 세우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할 때

** (추가) 기본이 되어야 응용도 되고 판 깨기도 가능하다, '혁신'만 찾느라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노력과 기존의 계획을 함부로 흔들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