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New Space: 미국은 되고 유럽은 안 되는 이유

seanny boy 2023. 1. 12. 23:31

요즘 유럽은 분위기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우주도 고민거리 중 하나. 분위기를 환기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던 (서유럽 최초의 Commercial Launch) Virgin Orbit의 공중 발사도 1차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ESA 사무국장(Josef Aschbacher, 2021~)의 언론 노출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아니, 애초에 ESA 국장의 메시지를 활자 신문이 아닌 영상이나 SNS로 접하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가 던진 화두 중 한 번에 눈길을 끈 것이 있었으니 미국과 유럽은 각각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 정확히는 국장의 코멘트에 반응한 집단지성(댓글...)이 띄운 화두이지만.

무수히 달린 댓글들을 종합했을 때, NASA와 스페이스X의 협력관계로 대표되는 미국식 우주 상업화 모델을 유럽에 그대로 가져오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1] 투자생태계의 사이즈가 다르다

미국은 압도적 규모의 민간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다. 2019년부터 작년 까지를 기준으로 우주에 흘러 들어간 민간 자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 Space X의 Initial Round 투자액이 당시 유럽의 모든 VC를 합한 것보다 컸다는 주장도 봤다, 당시 SpaceX는 일론 본인도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상태였던 걸 감안하면… (정확한 출처를 찾지는 못했다)

[2] 안전장치의 부족으로 ‘베팅’하기가 어렵다

우주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면 유럽에서도 민간 자본의 유입이 늘어나지 않을까?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 좀 더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는 미국의 투자시장이 ‘기회 창출’을 목표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Family Office (그 유명한 로스차일드 등) 비중이 큰 유럽은 ‘자산 보전’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강해 우주와 같이 호흡이 긴 High Risk High Return 사업에 투자를 꺼린다는 것

 

 

[3] 빈틈을 메꿀 공적 자본도 스케일이 딸린다

(일부의 오해와 달리)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자금력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도 문제.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는 우주산업 생태계가 싹을 틔우기 위해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아직 우주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상상이 가지 않던 시절)에 미국 정부는 67개의 우주 기업에 총 72억 달러를 투자했다, 스페이스X도 초기 10년간 번 수입의 절반이 NASA에서 나왔다.

NASA 역할을 해줘야 하는 ESA의 예산은 NASA의 20~30% 수준이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릿수가 다른 건 변함이 없다.

[4] 정책 추진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ESA는 EU의 직할 조직이 아닌 독립기관이다. 또한 유럽의 안보. 국방 분야 협력을 관장하는 EDA라는 조직이 따로 있다! (이건 EU 산하에 있는 기구인 모양인데……처음 알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EU와 ESA는 상호 협력 강화를 위한 FFPA(Financial Framework Partnership Agreement)를 맺었다. 물론 고무적인 성과이지만 애초에 이런 계약은 서로 친해져야 하는 사이에 맺는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가족끼리 계약하진 않잖아)

 

요지는,

* 미국이 Traditional 한 방법으로 수십 년간 땅 고르고 물 줘서 New Space란 꽃을 피웠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민간 우주시대를 열 수는 없으며,

* 일관되고 탄탄한 정책지원으로 업계에 꾸준한 모멘텀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 이런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왜 유럽에는 스페이스x가 없냐’며 닦달하지 말라는 것(아마도 평소 울분이 쌓인 현업 분들이 글을 많이 남긴 것 같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거 미중러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 같은데... 유럽이 이러면 우리나라는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