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한미 우주협력: 이제 국제 우주협력도 2.0으로

seanny boy 2023. 1. 14. 11:16

'너에게 지면 기분 나빠'

 

최근 우리나라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거슬릴 수밖에 없는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일본과의 상호 방위의무에 우주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는 것. 

여기서 군사적 의의에만 집중하면 그동안 일본이 쌓아온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우주 협력에 공들인 나라다. 국제우주정거장 (이하 ISS)의 공식 멤버이며 JAXA는 이곳에 사람과 물자를 보내는 4개의 기관 중 하나다. 일본이 수조 원을 들여 만든 ‘키보’는 ISS에서 가장 큰 실험실이기도 하다 (사진을 보면 ISS에 달린 모듈 중 제일 깔끔해 보인다, 일본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때문?)

 

반면 70년 한미동맹의 역사 (올해가 70주년이다)에서 우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ISS 참여를 제안한 적이 있다. 예산과 제한적 역할에 냉소적인 여론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당시 일본이라고 특별히 호경기였던 것도 아니고 (그 시절은 90년대에 끝장났다) ‘키보’도 미국 기술 의존도가 높아 ‘Made in Japan 일지는 모르겠지만 Made by Japan은 아니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Lesson 1 

내야 할 돈을 안내면 나중에는 더 비싼 (+연체료) 청구서가 날아온다

 Lesson 2 

창대한 끝을 원하는가? 미약한 시작을 참고 버텨라

 

 

'일본은 이미 포스트 ISS를 준비하고 있다'

2030년에 ISS가 퇴역하면 지구 저궤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미국이 새로 그린 우주개발 블루 프린트에 따르면, 앞으로 NASA는 저궤도를 민간기업들에게 넘겨주고 자기는 더 멀고 깊은 우주 개척에 집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한미 우주협력은 달 탐사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물론 중요하다, but) 저궤도 상업화 협력에 대한 논의는 잘 보이지 않는다. 10년 뒤, 또박또박 계산서를 들이대는 비즈니스 파크가 들어설 저궤도 생태계에 미리 우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JAXA'

 

JAXA가 미국-일본의 저궤도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컨소시엄 발족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직접 미국과 협력 물꼬를 트기 어려운 기업을 도와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 올 상반기 중으로 협력 분야를 도출한 뒤 지원방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미국 쪽 파트너로는 Axiom Space, Sierra Space 같은 자주 들어본 이름들이 올라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협력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수송

 

일본은 경제성에 중점을 둔 차세대발사체 H-3를 개발 중이다, 신형 발사체의 홍보를 위해 통 큰 할인가로 정거장을 쏘아 올려주는 것이 가능할지도? 이 밖에 일본의 발사장, 공항을 Package Option으로 장기 대여해 줄 가능성도 있다. 일단 정거장을 우주에 올려놓으면 사람과 물자를 보내기 위해 지속적인 발사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의미가 있는 투자

■ 모듈 제공

ISS 퇴역 후에도 저궤도에 ‘일본의 거점’을 유지할 수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 미국 우주기업들을 위한 보험, 금융, 법률서비스 지원

어쩌면 몇 수 앞을 내다본 투자 일지도. 우주 공간에서 인류의 활동 (그것도 민간인 중심의 상업활동)이 늘어나면 이를 둘러싼 규범, 규칙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단순히 우주보험, 우주금융, 우주법률 (너 고소) 등 우주 후방산업을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우주를 둘러싼 어젠다 형성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Business in space

ISS와 앞으로 등장할 민간 정거장들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이다. 띄운 뒤 박수 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거장을 채워야 한다. 제약, 통신, 바이오, 로봇 등 우주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일본 기업들을 ‘실거주인’으로 저궤도에 채워 넣겠다는 생각

'Takeaways'

 

우주는 혼자 도전하기에는 너무 크고도 멀다. 글로벌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다행히 아르테미스 합류로 미국과 우주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했지만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고무적인 것은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면 위.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최근 공개된 우주개발 플랜에도 국제협력 강화를 핵심과제 중 하나로 담겨 있다. 우주항공청이 신설되면 좀 더 전방위적인 논의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바라자면 국제협력도 중후장대를 탈피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우주산업의 트렌드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것. 우주, 스타트업 등 민간 분야와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 필요. 우주는 기존의 항공, 방산과는 시장의 생리가 달라 기존에 썼던 정책을 재탕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and...'

최근 일본에서 '우리도 우주정거장 만들겠다'는 Digital Blast라는 기업이 등장해 화제. 조 단위 비용이 들어갈 건데 정말 현실성이 있는 걸까? 그만큼 일본 우주생태계가 저력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말만 민간이지 막후에서 정부가 뒷배 역할을 해주는 건지... 사실 어느 쪽이라고 해도 부러운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