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도 우주개발을 한다고?]
지부티 공화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우주정거장을 짓기로 합의하였다 (만일 지부티 공화국이 어디 있는지를 몰랐다면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인구가 200만 명이 안 되는 아프리카의 이 작은 나라는 중국에 부지 포함 발사장 구축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MOU를 체결하였다 (all the necessary assistance to build and operate the Djiboutian Spaceport, 이거 참 무서운 표현이다... 공수표도 아니고)
명목 상 MOU 체결 주체는 Hong Kong Aerospace Technology Group라는 중국의 위성 기업이지만 진정한 막후는 Touchroad International Holding Group, 즉 중국 정부다. 35년의 임차 기간이 끝나면 시설의 소유권은 지부티 공화국에게 반환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35년은 무엇이든지 벌어질 수 있는 긴 시간이라는 것을)
'MOU? 그거 다음에 만나면 같이 밥이나 먹읍시다, 그런 것 아닌가요?'라고 가볍게 보기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장 3월에 본 계약을 맺을 예정. 체결식에 지부티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무게를 실어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프로젝트 예상 공기는 5년, 규모는 약 1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발사장만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항구, 도로, 통신망 등 필요한 인프라까지 Package로 까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 완성되면 아프리카 최초의 궤도 우주발사장이 된다. 뒤집어 말하자면… 아프리카에서 우주를 향해 열릴 최초의 (그리고 한동안 유일할) 통로가 중국 것이 된다는 소리다
[Space in Africa]
아프리카라고 하면 우주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는 1999년 남아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렸다. 알제리, 모로코 등이 중심이 된 ‘Smart Africa Alliance’는 통신위성 서비스 도입을 위함 범아프리카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ESA를 본뜬 아프리카 우주국(AfSA) 설립도 논의 중이다. 2022년 기준, 아프리카의 우주산업 규모가 무려 $19.6B라는 것을 맞출 수 있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어제까지의 나도 포함된다)
당장 눈앞의 문제도 많은데, 왜 아프리카는 우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
우주 기술이 하늘 위 별만 쫓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구관측 위성을 이용한 농업 생산성 개선, 40%에 미치지 못하는 인터넷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통신위성, 위성영상을 활용한 자동 수자원 관리 시스템 등. 우주 기술은 아프리카를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한 수]
이러한 아프리카의 간절함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중국.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위성 개발을 돕고 대신 발사해 주는 등 다양한 호의를 베풀고 있다. 아프리카 학생들을 위한 유학생 프로그램 등 호의를 베푸는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 우주개발 사업은 대부분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호의는 전략적 합종연횡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이 아르테미스 조약 아래 Space Alliance를 확장하자 중국은 제3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기편을 확보하려고 열심이다. 아프리카에게 GPS 대신 중국의 항법 시스템인 ‘베이더우’ 사용을 독려하는 것은 석유를 위안화로 결재하려고 하는 것과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친구가 필요하다]
우주는 혼자서 개척하기에는 너무 넓고도 깊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Alliance를 구축해야 글로벌 우주경쟁 속에서 우리 몫을 지킬 수 있다. 중국처럼 통 큰 투자는 어렵겠지만 서로 등을 긁어줄 수 있는 파트너들을 만드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서브미터급 위성과 액체엔진 로켓 만든 나라이며 8번째로 달 궤도선을 발사한 나라다 (조금만 더 빨리해서 777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룩셈부르크 그리고 UAE와 나눈 호의의 제스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뭐든지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우선 (1) 우리가 잘하는 것 (2) 우리가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3) 남의 도움을 받을 것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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