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언젠가, 우리는 우주에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구의 함선, 항공기, 지상 전력이 우주로부터 공격당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조지프 전 미 합동사령부 사령관)
지난 2월 22~23일, 우리 군은 미국 우주군과 제1회 우주정책협의체(SET: Space Engagement Talks)를 개최했다. 지난 ‘21년 양국이 우주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정례 협의체 운영에 합의하고 맨 첫 단추다. 작년 12월에는 주한 미 우주군이 정식으로 창설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 우주군은 미군의 6개 군 중 하나다 (육, 해, 공, 해병대, 해안경비, 우주)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군 우주사령부를 별개의 군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규모는 약 7천 명 남짓인데 기존의 공군 조직을 떼어낸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공군 출신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시행정으로 보는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한번 밉보이면 뭘 해도 곱게 보이지 않는 법. 공식 호칭을 ‘가디언즈’라고 짓자 당장 동명의 마블 영화를 소재로 한 패러디가 쏟아졌다. 우주의 이미지 (그것이 별의 요정이든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든)와는 너무나 딴판인 군가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굳이 찾아서 듣지 않기를 권한다).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뀌고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백지화되자 많은 사람들이 ‘우주군’도 해체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의 역사는 다수의 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바이든이 선택한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인사 청문회에서 우주를 “엄청난 힘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기장”에 비유하며 우주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주군, 우주전력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주군에 대한 이미지를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제 우주가 미래 전장의 핵심 전략지역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민간과의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위성 자산 관리에 치중해 있는 미션 범위도 (때문에 일각에서는 GPS 군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조금씩 우주 깊숙이 확대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현 우주군은 레이저를 쏘아대며 우주공간을 누비는 영화 속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위성 등 우주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 기존의 육해공 전력을 지원하는 보조적 성격이 크다
하지만 곧 진정한 우주 작전을 위한 우주군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향후 10년 내 달 궤도 그리고 곧이어 달 지면에 인프라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의 네트워크로는 적대적 도발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
현재 전 세계에서 독립된 우주군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미군이 유일하다. 그 외에는 공군을 항공우주군으로 확대해 운영하거나 (프랑스, 러시아 등) 특정 군을 벗어나 여러 군의 합동 통제를 받는 형태 (중국 등)가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전 통합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우주군의 표어인 SEMPER SUPRA는 라틴어로 ‘언제나 위에서’를 뜻한다. 제공권의 범위가 하늘에서 우주로 넓어져도 공중우세권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명. 현대전장에서 제공권이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면 미래전장에서는 우주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린든 부통령의 말을 빌려 말하면, “우주를 지배한다는 것은 곧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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