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X라고 하면 누구나 당장 일론 머스크를 떠올린다. 그의 대체 불가능한 이미지가 SpaceX의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해서 내일 당장 회사 이름을 SpaceMusk나 ElonX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aceX를 대표하는 공식 석상에는 머스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사장 겸 COO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윈 샷웰 (Gwynne Shotwell)이다. 특히 점잖게 앉아 있어야 하는 진중한 자리에는 십중팔구 그녀가 대신 와있다. 미 정부의 우주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그녀다
우선, 이쯤에서 하기 쉬운 오해 세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첫째, 회사가 유명해진 뒤 마스코트로 쓰려고 영입한 인물일 것
땡. 회사 1년 차부터 함께 한 창업 공신이다. 그녀가 입사를 결정했을 때 SpaceX의 직원 수는 10명이 넘지 않았다고 한다
둘째, 경영 전문가이지 우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진 않을 것
땡. 기계공학(학사), 응용수학(석사)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The Aerospace Corporation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공공 우주사업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때 연구개발, 사업관리, 대관 및 계약까지 좌뇌와 우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균형 잡힌 Skillset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것
셋째, Control freak인 머스크 밑에 있는 만큼 말만 2인자일 뿐 뒤에서 줄을 당기는 데로 움직이는 puppet에 불과할 것
땡. 번득이는 아이디어보다 꾸준한 실행이 더 중요한 일은 대부분 그윈이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성장한 SpaceX에게 그윈의 대관 스킬과 살림살이 수완이 없었다면 오늘의 SpaceX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윈은 포츈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동종 업계에서 그녀보다 위에 있는 것은 노스롭그루먼 대표이사인 캐시 워든 정도가 유일하다
최근 트위터 인수 후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러워지자 NASA 총장은 ‘혹시 우주개발이 지장을 받지는 않겠냐’는 우려를 당사자가 아닌 그윈에게 물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그녀의 답변에 총장은 만족을 표하며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I know she’s running that thing, she is running SpaceX”.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론의 ‘시니컬한 트윗 한마디’가 올라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이는 단순한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각각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상황에 따라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넘치는 천재성과 과감함은 상황에 따라서는 불안정함, 불확실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각각 자기만의 독특한 달란트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음이 하나로 어울려야만 장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소리를 낸다고 억지로 바꾸면 음악은 단조로워진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아이큐가 200을 넘기기 어렵고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이 한계다. 큰일을 이룬 사람은 누구든 다른 종류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시너지를 이룰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흔히 독불장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잡스와 머스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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