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글로벌 여론조사 기업인 YouGov가 미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권위에 대한 불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서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의 조사 결과에서 미 정부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이게 만일 학업 성적표였다면 ‘꼭 적성을 캠퍼스에서만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상담해 줬을 것
민주주의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까발리고 불만을 토해낼 수 있어서 좋은 제도라는 걸 실감하며 조사 결과를 훑어보는 도중 한 질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각 부처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 분석. 실제 조사는 5지 선다(매우 신뢰한다, 신뢰한다, 보통이다, 불신한다, 매우 불신한다)로 진행됐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매우 신뢰한다 + 신뢰한다)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 ICE: 27%
국경 통제와 이민 관리가 주 역할. 미국인이 아닌 내가 봐도 ICE는 미덥지 못하다
▪ IRS: 29%
국세청이다. 세상에 세금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 DEA: 30%
마약단속국. 긍정 답변이 30%나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 Department of Education: 30%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모여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공교육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 NSA: 30%
정보 수집이 주 기능. 잊을 만하면 불법 도청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직이다. 심지어 NSA 직원들이 배우자의 불륜을 캐는 등 사적 용도로 정보망을 남용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 DOJ: 31%
미국 법무부. FBI 도 DOJ 산하에 있다
▪ DOS: 31%
미국 국무부.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관한다고 보면 된다. 미국이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는 십중팔구 국무부 고위직이 메인 빌런으로 나온다
▪ Bureau of Labor Statistics: 31%
노동통계국. 물가, 연봉, 취업 등 미국의 주요 고용/노동 통계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회사와 물가연동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하는 기관이다
▪ FBI: 34%
인지도로 순위를 매겼다면 아마도 1등이었겠지
▪ FDA: 37%
식약청이다. 코로나 전에는 지금보다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방역 기간에 ‘통제’를 싫어하는 미국인들에게 욕을 먹는 샌드백 역할을 한 만큼 어쩔 수 없는 결과
▪ Department of Defense: 38%
미 국방부
…
▪ NASA: 54%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 소득이 높을수록 NASA에게 우호적인 경향을 보였고
- (나의 고루한 편견과 달리) 남녀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 아폴로 11호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60대가 특히 강한 지지를 보였지만 그 외 세대들도 고루 우호적이었다
우주로 나아가려면 국민들의 꿈과 성원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조사를 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의 우주항공청도 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기관으로 만들어지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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