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춘추전국 in 우주: 미국의 합종 vs 중국의 연횡

seanny boy 2023. 2. 27. 20:26

 

지난 2021년 중국과 러시아가 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뜨거웠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놀라운 성과를 연달아 거둔 중국과 냉전 시대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조합은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둘의 조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으로도 벅차)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기술력도 이미 상당 부분 중국에 따라 잡히거나 심지어는 역전당한 러시아가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 중국이 연합에서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이 아닌 반미 연합이라는 상징성일 뿐이란 분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가 강력한 소프트파워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우주에서 자국이 거둔 업적을 홍보하는데 매우 열정적인데 어느 순간부터 중국이 던지는 메시지에서 러시아의 이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최근 IAC에서 자국의 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도 러시아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찾을 수 없었다

 

(미 정부의 앓는 소리와 별개로) 미-중 우주경쟁은 미국의 우위로 진행되고 있다. 과연 중국의 달 현지 정착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이 ILRS(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이란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공식 가입국은 중국과 러시아뿐으로 그리 International 하지 못하다. 가입국이 꾸준히 늘고 있는 Artemis에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

 

최근에는 나이리지라와 르완다가 신규로 가입해 아프리카를 우방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해 온 중국에 큰 실망감을 줬다. 연초(1월) ESA가 ‘유럽은 중국의 우주정거장에 유럽 우주인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전쟁으로 손발이 묶인 러시아가 10년 뒤를 내다보고 우주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 (당장 내년을 내다보기도 바쁜데)

 

중국 입장에서는 우주개발에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들이 절실하다. 이는 단순히 돈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우주개발의 규칙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질 텐데 한 표를 보태줄 친구가 없으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중국이 최근 우주를 중동과의 외교 테이블에 빠지지 않고 올려놓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우주 레이스에서 미국의 합종책이 앞서고 있는 상황. 앞으로 중국이 연횡책으로 성층권의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