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중국의 스파이 풍선과 스푸트니크 쇼크

seanny boy 2023. 2. 11. 21:52

 

<시계를 냉전시대로 되감아보자...>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에 성공한다

비록 이 위성은 3개월 남짓의 짧은 수명 끝에 소멸되었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명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하는 이 사건을 우리는 우주시대의 첫 페이지로 기억한다 

당시 미국인들은 소련을 자기들보다 한 두수 아래로 여겼고 실제로도 미국의 국력은 소련을 압도했다 (미국은 GDP와 국방비 모두 소련을 2배 가깝게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소련이 하루아침에 ‘물량에만 의존하는 후진국’에서 ‘첨단 과학국가이자 인류의 미래를 여는 첨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돌이켜 보아도 이만큼 효과가 컸던 마케팅 이벤트는 많지 않다. 초강대국은 하드파워에 소프트파워가 더해져 완성된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제3세계와 자본주의에 회의적인 지식인들에게 소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음으로써 소련이 얻은 이익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지 했을 것

 

“왠지 하늘이 굉장히 낯설게 보이더군요 (Now, somehow, in some way, the sky seemed almost alien)” 

 

스푸트니크 발사를 전해 들은 린든 존슨 의원이 남긴 말이다. 아마도 당시 모든 미국인들이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미국이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불안감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련이 우주에 위성을 올릴 수 있으면 미국 땅에 핵무기를 떨굴 수도 있다는 공포가 미국을 사로잡았다 

 

* 훗날 대통령이 된 린든 존슨은 역대 손에 꼽을 만큼 우주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이것도 스푸트니크 후유증 *

 

너무 급했던 걸까? 미국은 1957년 12월에 급히 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고작 1미터 남짓 올랐다가 추락해 버리는 대실패로 끝이 났다,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까지. 여기에 소련이 ‘죽어버린 위성을 기리는’ 공식 조문을 보내 미국의 분노에 기름을 붓기도

이때 미국이 느낀 절박함이 얼마나 컸던지 소련과의 경쟁을 위한 기구를 신설하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미국의 우주개발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NASA와 DARPA가 만들어진 것이 이때

스푸트니크는 미국 그리고 세계 많은 나라들의 교육과정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권위적 교육을 탈피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강조되었다.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과 교사 훈련에 거액의 예산이 투입됐다

정치, 사회, 문화적 지형도 큰 변화를 겪었다.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됐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젊은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차기 대통령으로 케네디가 당선된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있었던 것. 세계대전의 참화로 한동안 풀이 꺾였던 기술과 진보에 대한 열광도 뜨겁게 되살아났다

<다시 2023년으로 돌아와서...>

 

2023년 2월 2일, 중국의 정찰 풍선을 미국이 격추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독자 국제우주정거장을 우주에 띄우는 데 성공했는데 (ISS는 미국이 주도하긴 했지만 국제 프로젝트였다) 이번에는 아예 미국 영공을 침범한 것

9.11 테러가 있었지만 이건 미국 비행기를 탈취해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외국의 비행체가 미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종류도 아니고 풍선이라서 더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큰 것 같다, 왠지 코앞에서 깃털을 살살 흔들며 조롱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스푸트니크 사건이 그랬듯 이번에도 중요한 것은 터져버린 풍선이 아니다. 혹시 이번 사건이 미-중 갈등이 이전보다 더욱 노골적인 양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