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우주 쓰레기 문제: 한국도 우주 무기(X), 지속가능한 우주개발(O)에 함께 한다

seanny boy 2023. 1. 9. 19:52

우주쓰레기는 기능을 상실한 우주 인공 물체를 총칭하는 표현이다(E.g. 분리 후 버려진 로켓 부스터, 수명이 다한 위성 등).

 

우주쓰레기가 무서운 이유로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파괴력. 초속 8km에 달하는 무서운 속도로 자전하기 때문에 손톱만 한 크기도 충돌하면 수류탄 급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

둘째로 증식력. 부딪칠 때마다 파편이 늘어나면서 무한 자가 증식한다

마지막으로 추적이 안된다는 것, 현재 인류가 추적 중인 우주 쓰레기는 약 3만 개에 불과한데 과학자들은 최소 3억 개 이상의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8년 NASA의 과학자 케슬러가 주장한 소위 ‘케슬러 신드룸’이라는 이론이 있다. 인류의 우주 활동이 늘어나면 우주쓰레기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재난 시나리오다.

케슬러가 상상한 것처럼 지구 궤도가 쓰레기로 가득한 상황이 오면 우주 탐사는 고사하고 위성을 쏘아 올릴 수도 없게 되어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대부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당시에는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군집위성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고 있다(다들 수백수천 개를 쏘아 올리겠다고 하니).

 

 

단순히 우주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이곳 지구에서의 삶도 위험해질 수 있다. 원래는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추락해도 대기층에 진입할 때 뜨거운 마찰열로 타서 없어져야 정상. 하지만 온난화(모든 문제의 원흉)로 인해 대기에 송송 구멍이 뚫리면서 쓰레기가 형체를 유지한 체 지상에 추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쯤 되면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데... 그런데 불구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시비판단의 문제. 현재는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술도, 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위 있는 기관도 없다. 그나마 있는 것이라곤 UN에서 만든 가이드라인 정도인데 Soft Law(권장, 권고하는 법… 즉 무시해도 상관없는 법)라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기술적으로는 어떨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사전방지 (Mitiagation)와 사후조치(Remediation)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초 연구 수준으로 실증까지는 갈 길이 멀다.

Mitigation Options

1. Avoidance Maneuvers: 위성에 자동 회피 기능을 탑재해서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 현재보다 훨씬 발달한 통신 및 센서 기술 필요

2. Passivation: 미션을 완료하면 남은 연료를 자동으로 버려서 충돌 시 파괴 여파를 완화하는 기술

3. Post-mission Disposal: 용도가 끝나면 자동으로 지구 궤도로 복귀하여 자폭!(터미네이터인가)

Remediation(ADR, Active Debris Removal)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여 지구궤도로 회수, 언론에 종종 나오는 청소 위성도 여기 해당한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우주의 교통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관제 시스템(STM, Space Traffic management) 구축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 기술도 기술이지만 국가들 간에 신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단연 유럽이다. 소위 '지속가능한 우주개발'을 주장하며 쓰레기 관련 규범 마련을 주도하려고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에 뒤처진 유럽이 문제를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앞서가는 사람 발목 잡기).

근데 이건 기후 위기론이 처음 부각되었을 때도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 (설령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인류의 우주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마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지부진한 글로벌 공조와 별개로, 우주쓰레기 관련 연구는 그나마 가장 구현하기 쉬운 ADR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을 내놓는 민간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곱게 보는 시선만 있지는 않은 것이… 우주를 깨끗하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실상은 대위성무기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매섭다.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술과 적국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은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

 

최근 '한국도 우주전쟁 무기 만든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무슨 내용인지 봤더니 정부에서 우주쓰레기 제거 목적으로 개발하는 '포집위성'를 다룬 내용이다.

물론 이 위성이 꼭 '청소'만 하라는 법은 없다(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내심 기대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도 우주 청소 함께 한다'라는 제목을 달았으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현실이 걱정될 뿐, 정말 괜찮은 걸까?

 

 

(Updated) 방금 뜬 뉴스를 보니, 수명이 다한 미국 위성이 오늘 오후 지구에 추락할 예정이니 '조심'하라고 한다...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