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NSSL: 진화하는 미국의 민관 우주 파트너십

seanny boy 2023. 1. 21. 16:41

미국이 'NSSL 사업 Phase 3에는 실적이 부족한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RFP에 담겨 올해 2023년, 아마도 상반기 내 공개될 예정이다

NSSL (National Security Space Launch)

NSSL은 National Security Space Launch를 줄인 말. 미국의 공공 우주자산 (군사위성부터 GPS와 같은 민간에게 허용된 인프라까지) 을 발사하는 서비스를 기업에게 맡기는 사업이다. 현재 진행 중인 Phase 2는 ULA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와 스페이스X가 수행하고 있다

 

 

NSSL 사업의 원래 이름은 EELV (Evolved Expendable Launch Vehicle) 이며 그 시작은 1994년이다. 당시 미국 우주계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챌린저 호 사고와 냉전의 종결로 우주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고 비싼 (투명하지도 않은) 발사 비용은 큰 부담이었다. 뚜렷한 목표가 사라진 미국의 우주산업은 혁신의 DNA를 상실, 주적이었던 러시아의 엔진 없이는 발사체를 만들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에 미국은 본인들이 전통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인 민간역량 활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NSSL 사업의 기본 목표(s) * 아직 EELV 사업이지만 편의 상 이름은 하나로 통일

● 신뢰할 수 있는 발사체 기업을 육성, 건전한 경쟁을 통한 효율개선 추구

●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비용 25% 절감 달성

● 엔진 등 주요 품목을 국산화하여 해외 리스크를 제거

● 역량이 탄탄해진 기업체들 주도로 민간발사 생태계 활성화

...sounds quite familiar...

아쉬움을 남긴 Phase 1

 

 

Phase 1에 참가한 후보는 록히드마틴, 보잉, 맥도넬 더글라스, 알리안트. 이 중 선정된 기업들은 록히드마틴과 맥도넬 더글라스였다. 그런데 1997년에 보잉이 맥도넬을 인수하면서 NSSL 사업권도 같이 인수해버렸다 (입찰에서 떨어지면 그냥 선정된 기업을 사면 된다, So easy)

하지만 이 역사적인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보잉이 록히드마틴의 영업기밀을 부당한 경위로 취득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한 것. 소송은 결론이 나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고 결국 거액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보다 심각한 것은 기존에 세운 목표 중 무엇 하나 합격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것. 워낙 발사비용이 비싸다 보니 위성을 이용한 민간 프로젝트들이 차례로 폐기됐고 결국 유일한 고객으로 미 정부만 남았다. 민간의 우주 수요가 기대한 수준을 크게 밑돌자, '수익이 좋지 않아서 그만두고 싶다'는 기업들의 비공식 (을 가장한 공식) 발언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반면 기대했던 가격과 기술 혁신은 미미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NSSL 사업의 재검토를 지시했고 그 결과 프로젝트는 정부가 깊게 개입하는 구조로 변해갔다. 대표적으로 계약도 정가 계약에서 실비 정산 개념으로 변경

여기에 파트너였던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합작 회사 ULA를 세우면서 프로그램은 최초의 취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됐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기술결합 시너지는 물론이고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미 정부도 찬반이 갈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합병을 승인했다. 당시에는 아는 사람들만 알던 회사였던 스페이스X도 저항했지만 잠시 관심을 끈 것에 그쳤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Phase 2

이후 오랫동안 ULA 독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 정부가 애초의 계획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내부에서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잡은 것이 스페이스X (뭐든지 성공하려면 '그 타이밍'에 맞춰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미 정부는 스페이스X의 팰컨 9과 팰컨 헤비를 인증하기 위한 발사 계약을 맺었다. 발사는 성공적이었고 이로써 기존의 발사체 생태계에도 균열이 생겼다

* 사업명이 공식적으로 NSSL로 바뀐 것도 스페이스X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기존의 이름 EELV은 해석상 재사용 기술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 *

 

 

2019년 막을 연 경쟁입찰에는 ULA,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노스롭그루먼이 참여했다.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더 이상 '배 째라 전략'은 불가능해졌다 (ULA의 20% 가격에 쏴주겠다는 스페이스X 엄포와 허풍치지 말라는 ULA의 반박을 담은 기사가 연이어 화제가 됐다). 덕분에 사업 구조도 정산 기준에서 정가 계약으로, 확정물량에서 Indefinite Delivery로 변했다

결국 2020년, ULA와 스페이스X가 듀얼로 선정됐다. 두 회사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미국의 모든 공공 발사 수요를 맡아 각각 수조 원의 매출을 나눠 가지게 됐다

공공 인프라인 만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두 업체가 선정됐지만 실제 평가는 스페이스X가 압도적으로 높았을 것이 분명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스페이스X는 이미 검증된 로켓을 사용하는 반면 ULA가 사용할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르 (Vulcan Centaur)는 아직 개발도 안 끝났기 때문

ULA의 기존 로켓은 '적성국'인 러시아의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산 (블루오리진) 엔진을 장착한 새로운 로켓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는 '러시아 엔진이 달린 줄 알면서도 ULA 로켓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미군을 고소한 적도 있다... 만약 기존 로켓을 그대로 쓰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만일 로켓 개발이 지연되거나 결과물이 기대만 못하면 물량을 스페이스X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곧 베일을 벗을 Phase 3

올해 모습을 드러낼 Phase 3는 어떤 형태가 될까? 민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업 규모(달러)도 더 커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주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중계했고, 굳이 정부가 직접 하지 않고 민간의 손을 빌려도 공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금 더 나아가 추정해 보자면, 메인 파트너로는 검증된 기존 업체들을 선택하고, 잠재력은 있지만 자본과 실적이 없는 유망주들을 추가로 포함시키는 구조가 될 수도 있겠다. Phase 2의 목적이 '효율과 경제성'이었다면 Phase 3는 지금보다 더 다채롭고 활력 있는 발사체 생태계에 방점을 둘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은 전혀 예상도 못한 언더독들의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Thoughts

● 우주개발은 정부와 민간이 같이 뛰는 2인 3각 달리기

● 미국의 뉴스페이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 다윗이 골리앗처럼, 결국은 간절한 자가 이긴다

● NASA가 어머니였다면 DoD(국방부)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