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Blue Origin의 패자부활전: NASA와 화성 탐사 협력

seanny boy 2023. 2. 12. 11:21

 

‘…일본 헤이안 시대, 요시나카는 일본의 통치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선두에 있었지만 급하게 교토를 차지했다가 주변의 적들에게 고립되었다. 결국 승리한 것은 먼저 교토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요시나카와 적대한 귀족들과 연합해 세를 불리며 때를 기다린 요리토모…’

지난 2월 9일, NASA는 Blue Origin이 개발하고 있는 New Glenn 로켓을 이용해 화성 탐사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밝혔다, 발사 시점은 2024년 말. 쏘아 올려진 위성들은 약 1년의 여행 끝에 화성에 도착, 그 주위를 돌며 다양한 관측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New Glenn의 개발이 늦어져 다소 세간의 관심에서 밀려난 듯했던 Blue Origin에게 NASA가 신뢰를 보여준 것

지난 2022년에 NASA는 VADR (Venture-Class Acquisition of Dedicated and Rideshare)이란 이름의 로켓 발사 위탁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총 13개의 업체들을 선발했다 (SpaceX, Blue Origin 같은 스타들뿐만 아니라 Relativity Space, Rocket Lab, Firefly 등 차세대 주자들도 골고루 포함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 하지만 그동안은 세간의 관심을 SpaceX가 독차지해 온 감이 없지 않다

Blue Origin은 2000년에 Amazon의 제프 베조스가 세운 회사다. 시작은 2002년에 세워진 SpaceX보다 빨랐지만 이후의 행보는 라이벌에 비해 더디었다. Blue Origin의 New Sheperd는 준 대기권 비행이 한계인 우주여행 용이다. 대형 궤도 발사체인 New Glenn이 완성돼야 비로소 우주 수송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두 회사는 우주관광, 우주 인터넷, 그리고 달 착륙선 사업을 놓고 라이벌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SpaceX의 우세

하지만 인류의 우주개발은 이제 막 라운드 2가 시작됐을 뿐, 전체 게임 12라운드가 끝나려면 멀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Blue Origin의 사업들이 실체를 드러내면 우주를 둘러싼 경쟁도 더욱 다채로워질 예정이다

재사용 궤도 발사체 New Glenn: 예상되는 발사 일정은 올해 4분기. 그동안 여러 차례 일정이 밀려서 ‘올해도 어렵지 않을까’라고 의심하는 눈초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NASA와의 이번 계약을 볼 때 개발 완료가 임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주 인터넷 Kuiper: 지난 2월 10일에 Amazon (Blue Origin 과는 아버지가 같다, 형제라고 봐야…) 명의로 3,200여 개의 통신위성 배치 승인을 받았다. 올 초에 성능 시연을 위한 Kuiper 1, 2호기가 궤도에 오를 예정

패자부활전? 이미 선정된 SpaceX 외에 추가로 달 착륙선 사업자를 하나 더 선정하는 안이 검토 중이다. Blue Origin가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아마도 100%

Blue Origin은 여러모로 SpaceX와는 다르다. 이미지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며 이슈 한가운데 있는 것을 즐기는 SpaceX와 달리 Blue Origin는 많은 것이 비밀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Boeing, Lockheed Martin과 같은 전통의 우주항공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연대, 협력하는 것도 눈에 띈다. 어쩌면 이러한 특징들이 후발주자의 역전 전략에는 보다 잘 어울리지도

그동안 둘의 경쟁이 New Space 시대를 여는데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Blue Origin이 보여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아 그리고, 헤이안 시대를 이은 최후의 승리자는 요리토모가 아니라 그의 부인이었던 호죠 마사코였다. 요리토모의 후손은 대가 끊어지고 권력은 호죠 집안의 것이 됐다…’

New Space 시대는 막 시작됐을 뿐이며 이 게임은 1on1 복싱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모든 룰이 다시 쓰이는 로열 럼블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주는 뜨거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