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는 560만 개나 되는 부품이 들어간다. 신뢰도가 99.9%라는 것은 곧 5,600개의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엔지니어가 남긴 말)
아쉽게도 실패로 끝난 영국 최초의 자력 위성발사. 그 이유가 100불짜리 필터 때문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좁혀지고 있다. 조사는 미국(FAA 등), 영국(Civil Aviation Authority, Air Accidents Investigation Branch 등)의 주요 기구들이 대거 참가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9일, 영국 Cornwall 우주공항에서 이뤄진 Virgin Orbit의 Launcher One 미션은 여러 의미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성공했다면 서유럽 땅에서 이뤄진 최초의 실용위성 발사인 동시에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이뤄진 최초의 공중 궤도 발사가 되었을 터였다. 애초에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인지 추락한 발사체에는 미국, 영국, ESA의 다양한 민간/군용 위성이 실려있었다
Virgin Orbit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항공기를 이용해 발사체를 공중에서 발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공중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발사 방위각에 제약을 받지 않고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으면 전 세계 어느 공항이든 발사장으로 삼아 로켓을 쏠 수 있다
실을 수 있는 중량이 크게 제한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소형위성 중심의 틈새시장만 놓고 보면 좋은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오너(리처드 브랜슨)도 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의지를 일관되게 밝혀왔다. 작년에는 2024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의 야심도 컸다. 유럽지역 최초의 로켓 발사장을 세워 유럽의 소형위성 발사 시장을 싹쓸이하겠다는 것이 영국의 계획이었다. 전통을 자랑하는 과학강국으로 이미 위성 쪽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영국이었던 만큼 발사체만 더해지면 End-to-End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꼬아버린 것이 고작 필터였다고 하니 허무하기까지 하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미구멍으로 제방이 무너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세계가 우주 발사체의 세계. (아폴로 시대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지만) 발사체에 들어가는 부품은 통상 수십 만개로 자동차(약 2만 개), 선박 (약 10만 개)를 복잡도에서 훨씬 웃돈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도 개미구멍 하나 때문에 거사를 그르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개선 조치가 끝나면 곧 2번째 발사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애초에 우주개발 기술은 ‘꿈’과 ‘실패’를 먹고 자란다. ‘우주는 실패를 용인하는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신령한 영토’라는 어느 분의 명언이 떠오른다. “Destined to fail!”을 외치며 애초에 공중 발사로 특화를 노린 전략이 글러먹었다는 주장과 끝까지 응원한다는 목소리 중 어느 쪽으로 영국의 여론이 기울고 있는지 궁금하다
p.s. 물론 전략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Chapter를 마무리하고 다른 시도를 꾀해야 지 여기서 중단하면 이도 저도 안된다. (영국이 지금의 계획을 처음 세운 2010년대부터 꾸준하게 반대해 온 사람들이라면 인정)
p.s. 도시 Cornwall에서 Virgin Orbit에게 100만 파운드를 지불한 것이 논란이 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먹튀 잡아라!!!). 알고 보니 Cornwall 우주 공항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술 지원 비용으로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가 없는 돈이라고. 기대 뒤 실망감에 잠긴 영국의 분위기를 보여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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