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UFO가 현실이 된 시대, 그리고 Space Law

seanny boy 2023. 3. 13. 23:04

 

중국의 정찰 풍선이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긴 결과, 이제 사람들은 UFO라고 하면 우주인들이 호모사피엔스를 지배하기 위해 보낸 비행체가 아니라 XX국 (이건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에서 보낸 ‘어디선가 날 내려다보고 있는 암살자’를 떠올리게 됐다

사실 UFO가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가 인도양 상공으로 진입해 필리핀 남서부 바다에 떨어졌다. 자치하면 한반도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평생을 북한 리스크와 함께 보낸 덕분에 간 크기가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도는 우리나라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고 넘어갔다. 이후 미국 우주사령부의 조사 결과 떨어진 잔해는 중국의 창정 5B 호 로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본다는 것만큼 불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없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를 시작으로 우주 시대가 열리자, 정수리가 가려워진 국제사회는 ‘서로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지 말자’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오랜 논의 결과 만들어진 것이 “Treaty governing the activities of states in the exploration and use of 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 고려 권신 최충헌의 관직명만큼이나 긴 이름의 이 조약은 제대로 된 Full Name보다는 the Moon Treaty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Moon Treaty에는 인류가 우주를 평화롭고 조화롭게 개발하기 위한 핵심 원칙들이 잘 담겨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우주는 인류의 공유물로써 특정 국가가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우주에 발사하는 모든 물체는 발사에 앞서 등록해야 하며, 모든 우주 활동은 목적과 결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우주선에 무기를 탑재하거나 우주 군사시설을 세우는 것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논리보다는 힘과 이해관계로 인해 돌아가는 법... 당장 달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미-중-러 3국이 목록에서 빠져있다! 이래서는 윌슨 대통령이 주창했지만 정작 미국이 가입하지 않아 절름발이로 시작했고 결국 실패작으로 끝난 국제연맹의 재연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가 Moon Treaty 탈퇴를 선언했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달 자원 채굴이 목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우디는 작년에 21번째 멤버로 미국의 Artemis Accord에 가입한 바 있는데, 이 협정은 Moon Treaty와 달리 우주 자원의 소유와 거래를 인정한다. 즉 사우디는 자기들이 우주를 상업화할 것이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절에 Moon Treaty에 가입했다가, 시대가 바뀌자 자기 입맛에 맞는 체계로 갈아탄 것. 이제 Moon Treaty에 남은 국가 중 체급이 있는 나라는 멕시코, 터키, (서명은 했지만 비준은 하지 않은) 인도 정도

미국이 격추시킨 풍선이 날던 고도는 약 20km였다. 그 정도라면 누구나 ‘저 하늘은 나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만한 높이다. 하지만 100km 카르만 라인(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였다면 어떤가, 그곳도 국민 국가가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지역인가? 뉴스페이스 시대의 무대가 될 700km 저궤도 라인은? 지상의 정부들이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아직 우주를 둘러싼 제대로 된 컨센서스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우리는 UFO가 현실이 된 시대를 맞고 말았다

과거에 바다는 나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해적왕’도 ‘무적함대의 캡틴’도 언제 내 목숨과 배 위에 재산을 노리는 습격자에게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곳이 바다였다. 인류가 ‘자유로운 항해’에 합의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유무역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우주를 무대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