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진주만 사태가 우주에서 재현될 수 있다'
브랜든 와이커트(Brandon Weichertfks)라는 국가 안보 컨설턴트가 최근 인터뷰 중 '미국이 우주에서 제2의 진주만 사태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주장을 해서 화제가 됐다.
미국에 유난히도 자국의 역량을 과하다 싶을 만큼 깎아내리며 비극을 세일즈 하는, 자기가 21세기의 카산드라인 것처럼 구는 허풍쟁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커트의 주장은 우주가 현대전에서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한 번쯤 살펴볼 만하다 (물론 그 이면에 ‘계산된 공포 마케팅’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와이커트는 코너에 몰린 러시아에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으며 결국 한방 역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WGS 위성(Wideband Global SATCOM, 미 군용 위성통신 네트워크)을 포함한 미국의 우주자산을 공격하는 도박을 감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군은 이미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위성 자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WGS 위성 5~6개만 격추시켜도 미군이 의존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비록 러시아가 지상 병력이 붕괴 직전에 몰릴 만큼 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위성을 쏘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대 위성 병기가 필요할 뿐 병력(Headcount)은 필요하지 않다.
심지어 그는 한 술 더 떠서 유럽의 민간 위성을 공격해 유럽 시민들이 ‘이제 그만하자'라고 자국 정부를 괴롭히게 만들거나 미국의 감시 위성들이 떨군 뒤 그 공백을 타서 전 병력을 동원한 총공세를 시도, 심지어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아마겟돈 시나리오까지 언급한다 (이쯤이면 요한계시록의 실현이다, End of Days)
'미래전의 승패, 우주에서 갈린다'
결론에서 너무 막 나가버린 느낌은 들지만, 우주 전력이 현대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위성을 잃은 군대는 눈멀고 귀먹은 채로 싸움터에 나가는 것과 다름이 없고, 위성을 파괴 내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반면, 아직 위성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은 많지 않다. 이처럼 공격이 방어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은 수세에 몰린 나라들이 최후의 한 수로 우주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전쟁사를 돌이켜 보면 언제나 New Frontier를 선점한 자가 승자가 되었다. 그 Frontier가 바다, 하늘을 거쳐 이제 우주로 넘어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 와이커트는 미국의 우주군이 공군의 일부를 떼어낸 수준에 불과하며, 만일 우주전에서 밀리면 육해공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전력 우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건 본격적으로 우주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우리나라에도 해당하는 문제다. 작년에 우리도 공군의 우주 관련 조직을 통합한 우주작전 대대를 창설하며 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가 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공군뿐 아니라 육해공 3군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합동우주작전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
'and...'
(생각 1) 이쯤에서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우주군이 지지부진한 건 전임자 - 최근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힌 그분 - 의 업적을 깎아내리는데 혈안이 된 민주당 때문’이라며 너무 노골적으로 자기 정치색을 공개해 버렸다.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생각 2) 스페이스 X는 최근 민간 용인 스타링크와 별개로 군사전용으로 사용될 스타실드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덕분에 그 잠재력이 전 세계에 홍보가 되었으니 당연한 귀론이었을지도. 혹시라도 이 모든 것이 스타링크를 준비하던 그때부터 애초에 다 계획된 것이었다면? 스타링크는 프로토타입이고 처음부터 기대했던 수익 파이프라인을 이제 공개하는 것이라면? 그냥 나의 망상이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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