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이야기 66

인도의 실용 외교 (ask 양다리 외교), 우주까지

서방과 중국,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질수록 캐스팅 보트로서 인도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이웨이 하이웨이를 외치며 실리를 챙기는 인도의 유연함은 지정학적으로 숨 막히는 위치에 놓여있는 우리나라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 이에 미국은 대대적인 선물 공세에 나섰다. 지난 1월 미국-인도 양국은 기술 협의체 iCET(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를 출범시켰다.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며 반도체,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국방, 우주 등 중요하고(+민감한) 분야가 두루 포함되어 있다 ​ 기술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미국이? 겉으로만 요란한 Show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사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GE가 인도와 제트 엔..

친환경 비행기: 대체 어디부터가 녹색이냐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약 2%가 항공에서 나오며 이는 영국이 배출하는 탄소 총합과 맞먹는 규모다...' 그린 택소노미는 정부가 무엇이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 ‘그린 경제활동’인지 공식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부여하는 그린 인증. EU가 그 선두에 있고 다른 나라들도 도입을 검토 중. 정부지원, 투자를 좌우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유럽의 항공산업 택소노미 포함을 둘러싸고 환경단체가 ‘그린워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장에 따르면 현재 유럽집행위원회가 설계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Airbus 전체 수주잔고의 약 90%가 녹색으로 분류된다는 것. 반면 업계는 지금 당장 탄소제로 항공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모든 노력..

하늘의 호텔 A380로 읽는 사업의 본질

- 2007년, 첫 A380이 서비스를 시작 - 2012년, A380을 더 크게 만든 A380plus(!!!) 개발계획을 발표 - 2017년, 에어버스가 A380은 10년 후에도 건재할 것이라 주장 - 2019년, 에어버스가 A380 생산중단 계획을 발표함 - 2021년, 최후의 A380 비행기가 Emirates에 인도됨 ​ Boeing의 B747이 독점하고 있던 대형 항공기 시장. 이 독점구조를 깨려고 Airbus가 야심 차게 들고 나온 것이 A380이다. B747보다 약 20~30% 더 크고 (최대 860여 명 탑승) 2층 구조에 샤워룸 등 다양한 편의 시설로 무장해 ‘하늘의 호텔’이라고 불렸다 ​ 시작은 좋았다. 넓은 공간과 럭셔리 시설로 세간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1,500여 개의 회사가 힘을 모..

누리호 3번째 발사: 한 번 더(X) 새로운 출발(O)

누리호의 3번째 발사 일정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작년 발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태우고 갈 ‘승객’을 꼽고 싶다 ​ 발사체 성능 검증이 목표였던 1차, 2차 발사 때는 각각 더미위성, 성능검증위성들이 실렸다. 하지만 이번에 실리는 위성들은 실제로 지구궤도를 돌면서 구체적인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 현재 누리호 탑승권을 들고 출격을 기다리는 위성은 총 8기 ​ ▪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만든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 ​ 각종 우주기술을 실제 우주환경 속에서 검증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2018년에 SpaceX 로켓으로 쏜 1호기와 달리 2호기는 우리 발사체로 ​ ▪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 총 4기 ​ 우주 기상 관측용 소형위성이다. 진작에 쏘아 올릴 예..

버진오빗과 UK Space Journey: What's Next?

“우주발사체는 560만 개나 되는 부품이 들어간다. 신뢰도가 99.9%라는 것은 곧 5,600개의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엔지니어가 남긴 말) 아쉽게도 실패로 끝난 영국 최초의 자력 위성발사. 그 이유가 100불짜리 필터 때문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좁혀지고 있다. 조사는 미국(FAA 등), 영국(Civil Aviation Authority, Air Accidents Investigation Branch 등)의 주요 기구들이 대거 참가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 지난 1월 9일, 영국 Cornwall 우주공항에서 이뤄진 Virgin Orbit의 Launcher One 미션은 여러 의미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성공했다면 서유럽 땅에서 이뤄진 최초의 실..

코로나의 악몽: 항공업, 기사회생 가능할까

IATA(The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가 2022년 항공여행 시장 결산을 발표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 코로나로부터의 일상 회복에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RPK (Revenue Passenger Kilometers: 1 RPK는 여객 1명을 1km 운송한 것을 말한다) 기준 2022년은 2021년 대비 무려 65%나 증가해 2019년의 69% 규모로 회복되었다 특히 타격이 컸던 국제선이 전년 대비 153%나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영향이 적었던 국내선도 11% 성장, 코로나 직전 대비 80% 수준까지 회복해 ‘역병’의 상처를 거의 다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단 지역별로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선은 다른 지역보다 규..

Boeing의 2023년 인력 계획: 기술진은 늘리고 관리자는 줄이고

'서양은 직선사관으로 역사를 읽는다. 그 속에서 인류는 완벽한 세상이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간다. 반면 동양은 역사가 반복된다는 순환사관을 믿는다, “나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삼국지처럼' ​ Boeing이 2023년 새해에 1만 명을 추가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작년 수준(2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리해고 움직임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와중에 들려온 소식이라 눈에 띈다. 함께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MS가 1만 명을 해고할 계획을 공개한 직후라 더욱 그렇다 ​ * 한때 16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했던 Boeing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14만 명까지 그 규모가 줄었는데 작년에 공격적으로 조직을 키워 기존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

Blue Origin의 패자부활전: NASA와 화성 탐사 협력

​ ‘…일본 헤이안 시대, 요시나카는 일본의 통치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선두에 있었지만 급하게 교토를 차지했다가 주변의 적들에게 고립되었다. 결국 승리한 것은 먼저 교토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요시나카와 적대한 귀족들과 연합해 세를 불리며 때를 기다린 요리토모…’ ​ 지난 2월 9일, NASA는 Blue Origin이 개발하고 있는 New Glenn 로켓을 이용해 화성 탐사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밝혔다, 발사 시점은 2024년 말. 쏘아 올려진 위성들은 약 1년의 여행 끝에 화성에 도착, 그 주위를 돌며 다양한 관측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New Glenn의 개발이 늦어져 다소 세간의 관심에서 밀려난 듯했던 Blue Origin에게 NASA가 신뢰를 보여준 것 ​ 지난 2022년에 NASA는 VAD..

중국의 스파이 풍선과 스푸트니크 쇼크

​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에 성공한다 ​ 비록 이 위성은 3개월 남짓의 짧은 수명 끝에 소멸되었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명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하는 이 사건을 우리는 우주시대의 첫 페이지로 기억한다 ​ 당시 미국인들은 소련을 자기들보다 한 두수 아래로 여겼고 실제로도 미국의 국력은 소련을 압도했다 (미국은 GDP와 국방비 모두 소련을 2배 가깝게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소련이 하루아침에 ‘물량에만 의존하는 후진국’에서 ‘첨단 과학국가이자 인류의 미래를 여는 첨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 인류 역사를 통틀어 돌이켜 보아도 이만큼 효과가 컸던 마케팅 이벤트는 많지 않다. 초강대국은 하드파워에 소프트파워가 더해져 완성된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

SpaceX의 Starship(스타쉽)이 온다: 운명의 여신은 용감한 자의 편이다

'게임체인저가 온다' ​ 2월 9일, Space X의 Starship이 발사 테스트(SFT: Static Fire Test)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21년에 준궤도 비행 테스트를 마친 Starship에게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인 첫 궤도 발사. 정확한 D-Day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3월 발사가 유력하다 Starship은 우주개발사에 한 획을 그을 게임체인저로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송 능력과 추력 모두 역대 최고인 것은 물론, 최초로 상단과 하단이 모두 재사용 가능해 같은 회사의 Falcon도 아득히 초월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SpaceX의 'Falcon 9'과 'Falcon Heavy' 그리고 Starship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ULA의 'SLS'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