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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천하삼분지계: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중국의 꿈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에 그치지 않고 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은, 심지어는 중국과 같은 대국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국제협력이 아니라 이민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것이 다를 뿐. 일론 머스크도 태생은 남아공이다 * 작년(7월) 중국이 에어버스 항공기 292대 구매 계약(우리 돈으로 약 40조 원)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에어버스의 마음이 마냥 편하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 (비록 중국 항공사들의 신토불이 정신 덕분이긴 하지만). 중국이 개발한 첫 중형기인 C919은 이미 32개 고객사로부터 천대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하지..

유랑지구를 봤다: 문화의 힘, 그리고 우주 걱정

' 영화를 봤다 ' ​ 주말에 중국 영화 유랑지구(on Netflix)를 봤다. 중국에서 역대 흥행 순위 5위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중국 영화는 아마도 쿵푸허슬 아니면 색계. 주성치가 연기를 그만두고 탕웨이가 정서적 한국인이 된 이후 중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았지만 '유랑지구'는 우주개발을 다뤘고 소위 ‘국뽕’도 심하지 않다고 해서 보게 됐다 ​ 감상은 평작과 수작 사이. 인터스텔라와 아마게돈 (살짝살짝 승리호랑 겹치는 모습도 보인다)의 잔상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특정 영화를 베꼈다기보단 SF 영화의 클리셰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CG는 훌륭하고 ‘중국 만세’를 외치고 싶은 유혹도 잘 견뎌낸 편이다. 극 중 양념처럼 깔려 있는 우주에 대한 상식들도 재미를 준다 (아 물론 블..

핀란드의 우주사업: 작지만 매운 고추

​ ' 좋은 자리 마련해 주신 핀란드 대사관에 감사드리며 ' ​ 핀란드는 뛰어난 소프트웨어, 전자통신 기술 (노키아의 나라다)을 활용한 소형위성 제작과 위성통신, 영상 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08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져 놓은 스타트업 생태계도 우주산업과 좋은 핏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 대비 창업 비율이 세게 Top 수준) ​ 이러한 핀란드의 우주개발은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와는 거리가 멀다. 선택과 집중, 잘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하며 실용을 챙기는 핀란드의 우주개발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바로 ‘야무지다’ ​ 정부의 우주 비전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유연한 우주 비즈니스 환경 (The world’s most attractive and agile space bu..

스페이스X의 우주복: 비쥬얼 시대에 우주로 가는 법

좌: 스페이스X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우주복이다 우: 우주선과 디자인까지 짝으로 맞춘 실제 스페이스X 우주복 '이미지의 힘' ​ Apple의 아이폰이 순식간에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브랜드, 고급스러움과 첨단 그리고 진보와 저항의 이미지가 묘하게 섞인 (질서에 저항하는 대기업이라니 아이러니이지만 아무튼) Apple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컸다 ​ 고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유명하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머리를 어느 손가락으로 꼬아야 멋져 보이는지를 고민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성공한 리더들은 이미지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미지가 남기는 임팩트와 담긴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지 잘생기고 멋진 것과는 별개의 ..

우주정거장을 둘러싼 스페이스 삼국지

현지 시간 기준 1월 23일, ESA 사무총장 Josef Aschbacher가 유럽은 중국의 우주 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낼 돈도 정치적 의지도 없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 (미국 주도의) 기존 우주정거장에 예약해 둔 작업으로도 이미 바쁘다는 이야기인데 자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을 띄우기 위해 홍보에 열심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섭섭한 노릇이다 ​ 몇 년 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씁쓸한 심정에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본래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중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해왔다. 우주도 그중 하나로 정거장에서 공동 미션을 수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우주인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당시 훈련 과정에 ‘중국어 공부’, ‘우주에서의 에티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방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당신은 제다이인가 시스로드인가

' 최근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미국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타워즈를 빗대어 민수사업부는 Light Side, 방산사업부는 Dark Side (다스베이더)라고 부르는데 같은 사람도 사업부가 바뀌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 ' ​ 방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비 경쟁을 쫓아갈 수 있는 '양적 역량'과 빠르게 바뀌고 있는 전쟁에 적응할 수 있는 '질적 역량'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 ★ 최후의 만찬, 그리고 합종연횡 ​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 따라 방산도 여러 차례 리빌딩을 거쳐왔다. 1993년에 미국의 국방부 차관 (94년에 장관으로 승격한 것을 보니 이때에도 이미 실세였던 것으로 보인다) William Perry는 미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의..

세상 이야기 2023.01.26

가자 화성으로: 원자력 우주선을 타고

NASA와 DARPA(우리로 치면 국방과학연구소)가 오는 3월에 원자력 우주선을 함께 개발할 파트너를 최종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 DARPA는 지난 2021년에 General Atomics, Blue Origin, Lockheed Martin을 후보 업체로 선정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공식 프로그램 명칭은 DRACO(Demonstration Rocket for Agile Cislunar Operations)이며 목표는 2027년까지 성능을 실증하는 것 이처럼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심우주를 탐사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이름에 ‘달’을 붙여 놓기는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중간 목표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화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 ​ 화성 탐사를 위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무엇일까? 한..

왜 우리는 달에 가야 하는가

1969년 7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족적을 남겼다 그로부터 50여 년,인류는 다시 달로의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 선두에 있는 것은 이번에도 미국이다. 논란의 연속이었던 트럼프 행정부였지만 미국의 우주개발에 다시 불을 붙인 업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트럼프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의 재개를 선언했다, 이제는 '아르테미스 계획'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이다)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권의 많은 것을 부정했지만 우주만큼은 예외였다. 인선 및 일정을 둘러싼 진통이 다소 있었지만 작년 12월 아르테미스 발사체(SLS)와 우주선(Orion)의 성능을 검증하는 아르테미스 1호가 성공리에 완수되었다...

항공산업 삼국지: Boeing, Airbus, 그리고 중국

★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앞으로 ​ 21세기에 항공산업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긴 호황을 누렸다. 제3 세계의 경제 수준이 올라간 덕분에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Boeing과 Airbus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만들 것을 요구받았다 - 소위 표준 계약이란 것에 '주문을 넣기 전에 알아서 (업체 부담으로) 재고를 쌓아 놔야 한다는 조항이 달려 있던 시절이다... 세게는 더 가까워지고 사람들은 더 자주 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마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 성장을 견인한 가장 큰 엔진은 중국이었다. 항공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유럽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성장세인데 Boeing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

NASA의 민간 투자: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발사체를 넘어 이제 우주개발에까지 직접 나서는 미국의 우주기업들. 하지만 그들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걸음마를 먼저 떼야 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쟁쟁한 미국 기업들도 NASA의 전략적인 인큐베이팅을 거쳐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 여기까지 왔다 ★ 비용절감을 위해 시작한 '민간 아웃소싱' COTS (Commercial Orbital Transporation Service) 2006 ~ 2013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을 유지하기 위한 발사체를 민간 주도로 개발하는 프로젝트. Lockheed Martin, Boeing 등 거물들을 포함해 여러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은 SpaceX와 Rocketplane Kistler이었다. 단 후자는 개발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중도 탈락..